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접촉 신청을 수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통일부가 대북지원부 같다”(2023년 7월 2일 국무회의)고 지적하고 통일부가 민간단체의 대북접촉을 적극 제한한지 약 1년 만이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수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며 “현 남북 관계 상황에도 수해 지원 목적에 한해 현재까지 접수된 단체들의 (북한주민) 접촉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어린이어깨동무 등 대북 인도주의 교류협력단체 관계자도 통일부로부터 ‘간접 접촉’ 신고가 수리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확인했다.
두 단체 외에 월드비전 등이 제출한 대북 접촉 신고 7건도 함께 수리됐다.
이번 접촉 신고의 내용은 이들 단체가 북한 측과 직접 접촉하기에 앞서 북한의 의사를 타진하고자 해외 동포 등 중개자를 접촉하겠다는 ‘간접 접촉’ 계획이다.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도발과 남북관계 단절 등을 이유로 이산가족의 생사 확인과 국민 안전 및 재산권 보호 등 ‘필수적인’ 사안을 제외하고는 민간의 대북 접촉을 대부분 불허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계 학교 지원, 학술연구 등 민간의 남북교류를 위한 만남이나 접촉 자체는 전방위로 차단됐다. 인도주의 교류협력을 위한 접촉 신고 수리는 작년 11월이 마지막이었다. 12월 말, 1월 초에는 북한의 핵심 의사결정기구들에서까지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이 아닌 별개 국가로 규정하고 나오면서, 서로 적대감을 높이는 남북 당국의 정책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완전히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민간단체의 교류, 협력은 대한민국 정부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1단계(화해·협력)상 노력으로, 민족 내 이질화를 막고 평화적 통일을 준비한다는 목적으로 연구, 지원, 장려돼왔다. 현 정부 인사들은 대체로 민족 개념에 부정적이었지만, 최근 윤 대통령이 ‘8·15 통일 독트린’을 통해 ‘민족공동체통일방안’ 계승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인권과 자유 확산 등 보편적 가치 증진 측면을 함께 강조하면서 민간단체의 인도적 접촉 신청 수리를 할 명분을 통일부 입장에서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 당국이 남측 민간 단체들의 인도적 접촉 시도에 어떻게 반응할지, 교류가 최종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은 이번 수해 위기를 외부 지원 없이 스스로 극복하겠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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