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국정브리핑에서 밝힌 연금 개혁안은 ‘세대별 차등 보험료 인상률’과 ‘자동안정화장치 도입’을 골자로 한다. 연금을 늦게 받는 청년세대의 보험료는 더 천천히 오르게 해 세대 간 공정성을 확보하고, 인구구조와 연동해 보험료율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를 만들어 연금 고갈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두 안 모두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고 부작용 우려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어 사회적 논란과 정치권의 마찰이 예상된다.
◆“한 세대 일반화 부적절”…“중장년 취약계층 지원해야”
이번 개혁은 특히 국민연금에 대해 부정적인 젊은 세대의 부담을 낮추고자 마련된 면이 크다. 지난해 정부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따르면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55년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따라 젊은이들 사이에선 “어차피 못 받을 연금을 굳이 내야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은 브리핑에서 “가장 오래, 가장 많이 보험료를 내고 연금은 가장 늦게 받는 청년세대가 수긍할 수 있는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이를 강조했다.
그러나 학계와 시민단체에선 세대별로 인상률에 차등을 두는 것은 세대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29일 논평을 내고 “사회 불평등은 한 세대 내에서도 고용형태와 조건,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 간 큰 차이가 발생한다”며 “이를 세대로 납작하게 눌러 담는 것은 갈등과 분열만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차등보험료안은) 동일한 세대 내의 고소득계층에서 저소득계층으로 소득이 재분배되는 국민연금의 기능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차등 인상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쪽에서도 도입 전에 경제력이 떨어지는 중장년층에 대한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내만복)’는 “차등보험료안은 연령대별 형평성을 개선하는 취지를 지닐 수 있다”면서도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생활여력이 취약한 중장년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내만복은 “중장년 중에서도 저임금 노동자, 자영업자의 보험료 부담이 크다”며 “차등보험료안을 추진한다면 저임금 노동자에게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 사업’을 확대·강화하고, 도시지역 가입자에게 농·어민에 준해 국가가 보험료를 대략 절반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민단체들 ‘자동안정화’ 비판…“도입되면 연금 17% 줄어”
국민연금 자동안정화 장치는 인구학적·경제적·재정적 지표의 변화에 따라 연금급여를 자동 조정하는 것이다. 앞서 일본, 스웨덴, 독일 등에서 유사한 장치를 도입한 바 있다.
그러나 내만복은 자동안정화장치 도입이 한국 상황에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자동안정화장치는 일정하게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달성한 연금제도에서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지만, 한국 국민연금처럼 미래 재정 불균형이 심한 제도에 탑재하면 기계적으로 높은 강도의 개혁이 도출돼 높은 보험료율 인상 혹은 급격한 급여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불안이 큰 우리나라에서 이런 논란을 조장할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검토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도 “자동안정화장치는 보험료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거나 공적연금에 대한 국고지원이 상당 정도 규모에 도달한 경우에 도입됐다”며 “우리나라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동안정화장치는) 어떻게 포장해도 국민 노후 소득의 불안을 야기하는 연금 삭감의 수단이 될 것”이라며 “도입한 나라의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은 도입하지 않는 나라보다 낮고 노인빈곤율은 높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시 2030년 신규수급자 기준 국민연금에 가입한 평균소득자의 생애총급여는 1억2675만원에서 1억541만원으로 16.8%(2134만원)가 줄어든다.
2050년 신규수급자의 평균소득자도 1억2035만원에서 9991만원으로 2044만원(17%)이 깎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 의원은 “정부가 검토하는 자동안정화 장치는 청년과 미래 세대의 국민연금 급여액을 깎는 제도이므로 국민께 구체적인 내용을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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