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도로를 달리던 차가 땅속으로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대교 방면 도로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1대가 싱크홀(땅꺼짐)에 빨려 들어가 운전자 등 2명이 크게 다쳤다. 사고 발생 후 나흘이 지났지만, 서울시가 아직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30일에는 사고지점에서 약 30m 떨어진 곳에서, 31일에도 종로3가, 강남구 역삼동 등에서 도로 침하가 잇따라 발생했다. 대형 사고의 전조가 아닌지 시민들의 불안과 걱정이 크다.
도심 싱크홀은 인구의 91% 이상이 전체면적의 16%인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우리나라에 커다란 위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싱크홀은 957개로 매월 16개꼴이다. 싱크홀 면적을 합치면 약 2.9㎢로 여의도 면적만큼 땅이 내려앉은 것이다. 그 사이 2명이 숨지고 49명이 다쳤으며 차량도 81대나 파손됐다.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한복판에서 갑자기 땅이 꺼진다면 어떤 참변이 벌어질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무분별한 지하 공간 개발 등이 싱크홀의 주범으로 꼽힌다. 상하수도관, 전력선, 통신선, 가스관 등을 지하에 매설하면서 지반구조가 망가지거나 낡은 상하수도관에서 물이 새고 토사가 유실되면서 지반침하로 이어진다. 도시개발의 역사가 쌓여갈수록 땅꺼짐 사고는 빈발할 게 뻔하다. 서울시만 해도 2019년 13건이던 싱크홀이 2022년 20건, 지난해 22건으로 늘었고 일산, 분당 등 경기도 신도시와 부산, 포항, 광주 등에서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부실하다. 국토교통부가 2015년부터 가스관·상하수도관·통신선 등 15가지 정보를 3차원 입체지도로 구현하는 ‘지하 공간 통합지도 구축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겉치레에 그쳐 사고예방, 대처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하 공간 지도의 정밀도와 완성도를 서둘러 높여야 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 노후시설의 긴급 안전점검을 시행하고 필요하다면 광범위한 지반조사도 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현 보수·관리체계를 원점에서 점검해 지자체에 문제가 없는지, 지자체와 부처 간 소통이 원활한지 따져보고 보완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노후 상하수도관 교체를 서두르고 싱크홀에 대응할 충분한 전담인력과 장비를 확보하는 일도 시급하다. 사고예방을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는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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