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들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국 대학병원의 응급실이 비상상황이라고 밝히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응급실이 차질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정부 입장을 반박한 것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2일 성명에서 “전국 57개 대학병원 응급실 중 분만이 안 되는 곳은 14곳, 영유아 장폐색 시술이 안 되는 곳은 24곳”이라며 “추석을 기점으로 응급진료가 안 되는 질환이 더욱 증가하고 응급실을 닫는 대학이 늘어날 것”이라며 “정치권은 의료위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이날 ‘이번 추석연휴 기간 동안 408개 응급의료기관, 112개 응급의료시설은 평소와 동일하게 24시간 진료체계를 하겠다’는 정부 방침과 관련해 “추석연휴에 24시간 진료가 어려운 곳은 협회로 ‘추석연휴 진료 불가’를 신청해달라”며 “국민들에게 미리 알려 응급 진료 이용에 혼선이 없도록 홍보하겠다. 진료 능력이 안 되는데 응급환자를 받는 경우 환자를 더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런 발언에 더해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자가 증가한다’는 주장을 펼쳤는데, 대통령실은 의 '응급실 뺑뺑이 사망자 증가' 지적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명확한 근거 없는 주장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응급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고, 불필요한 국민 불안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응급환자 사망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어서 사망하지 않아도 될 사람이 응급실 뺑뺑이로 사망했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 통계의 산출 자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응급의료의 공백 문제는 의사 부족 등으로 인해 수년간 누적된 문제"라며 "정치적 유불리 셈법을 따져 수년간 방치해 온 의료 개혁을 윤석열 정부는 오로지 국민 생명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이날 오전 민주당 의료대란특위는 응급의학 현장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최근 의료 혼란과 응급실 진료 차질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 대표가 주재한 특위 간담회에서 민주당은 특히 '응급실 뺑뺑이'로 표현되는 현장 어려움을 듣고 정부와 여당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이 무리하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정부·여당의 인식 수준이 참 걱정된다"며 "지금 무리한 정부 정책 강행 때문에 대한민국 의료 체계가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재유행에다 사건·사고가 많은 추석이 다가오는데 현재 상태가 방치될 경우 심각한 국민 의료대란이 벌어지고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최근 의·정(醫政) 갈등과 관련해 '6개월만 버티면 이긴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거론하며 "전쟁하는 것도 아닌데 마치 승부처럼 생각하는 정부 관료까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성우 대한응급의학회 정책이사는 "응급의학과 진료는 전공의·수련의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데 이 인력이 빠졌다. 이미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라며 "내년에 들어올 수련의도 줄어 최소 4년 이상의 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경원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응급실 대란에 대해 '의료 개혁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원래부터 그랬다'고 설명한 것을 언급했다.
정 센터장은 "'응급실 뺑뺑이'는 정부 말대로 이전에도 있었지만, 적어도 중증외상환자 치료는 외상센터가 세워지고는 기존의 3분의 1로 감소했었다"며 "그런데 최근 의료개혁 움직임으로 흐름이 오히려 역행, 외상센터 설치 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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