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교제 살인’… 재결합 요구 거절하자 여친 살해

부산서… 30대, 이별통보에 앙심
흉기 미리 준비… 집 찾아가 범행
경찰에 스스로 신고 후 투신 시도
警, 계획범행 무게… 영장 신청키로
교제폭력 2023년 1만3939명 입건

전날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살인 사건은 여자친구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은 남성이 재결합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교제 범죄’로 드러났다. 지난 5월 서울의 한 명문대학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20대 남성 최모씨가 여자친구를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으로 데려가 미리 준비한 흉기로 여자친구의 목과 얼굴 부위를 찔러 살해한 사건 이후 잠잠하다 또다시 불거진 것이다.

4일 부산 연제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35분쯤 부산 연제구 연산동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남성 A씨가 헤어진 여자친구 20대 B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A씨는 범행 직후 경찰에 전화를 걸어 “여자친구를 죽였다”고 스스로 신고한 뒤 오피스텔 옥상에서 투신을 시도하다가 출동한 경찰의 설득 끝에 붙잡혔다.

부산 연제경찰서 전경. 연합뉴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다시 사귀자고 요구했다가 말다툼이 벌어졌고, 다투던 과정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사건 당일 B씨 집을 찾아가 재결합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결합 요구를 거절당한 A씨는 자기 집에서 미리 챙겨간 흉기를 휘둘러 B씨를 살해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미리 흉기를 준비한 것으로 판단해 계획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A씨를 상대로 정확한 살해 동기 등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연인 간 다툼이나 이별 통보 등을 이유로 상대를 폭행하거나 살해하는 ‘교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에서 교제 폭력으로 형사 입건된 피의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2019년 9823명에서 2020년 8951명으로 줄었으나, 2021년 1만538명, 2022년 1만2828명, 지난해 1만3939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교제하던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최씨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서울지역 명문대 의대에 재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지난 2월 중학교 동창인 C씨와 만나 교제를 시작했고, 사건 발생 20일 전 C씨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C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C씨 부모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혼인무효 소송’을 진행하려고 하자 여자친구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미리 흉기와 청테이프 등을 준비해 범행을 저질렀다. 최씨는 C씨의 아버지가 회사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고, 의대 졸업 후 병원 운영 건물을 마련하기 위해 여자친구를 이용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오성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