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ICC) 회원국인 몽골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않으면서 추후 ICC 대응이 주목된다.
ICC가 몽골의 '비협조'와 관련해 연말로 예정된 당사국총회에 회부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규정상 실질적 제재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에서 ICC의 형사적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몽골 공식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울란바토르 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그의 이번 몽골 방문은 작년 3월 ICC 체포영장 발부 이후 ICC 회원국 방문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 이목이 쏠렸다.
ICC 회원국인 몽골은 푸틴 대통령이 자국 영토에 발을 들이는 순간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체포되기는커녕 극진한 환대를 받으며 일정을 차질 없이 소화했다.
ICC 권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ICC는 중대한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재판에 회부하기 위한 상설 국제재판소이지만 체포영장 집행 등 독자적으로 범죄자를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이나 강제수단이 없다.
이 때문에 ICC 가입조약인 로마 규정에 서명한 당사국들의 자발적 협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피오르트 호프만스키 전 ICC 재판소장도 재임 시절인 지난해 11월 방한해 법률신문과 인터뷰에서 "현재 16명의 개인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푸틴도 16명 중 한 명일 뿐"이라며 "개인을 체포하기에는 아직 국제사회의 협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몽골의 경우 석유 수입량 95% 가량이 러시아산일 정도로 경제적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영장 집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사전에 몽골 측의 '불체포 확약'을 받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몽골처럼 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은 회원국을 제재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로마 규정 87조 7항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 사건을 담당 중인 제2전심재판부는 몽골이 ICC 측 협조 요청에 불응했다고 판단되면 ICC 당사국총회에 회부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올해 ICC 연례 당사국총회는 12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릴 예정으로, 이르면 이 자리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가능한 제재 수단으로는 표결권 제한, 회원국 박탈 등이 거론되지만 정작 로마규정에는 제재와 관련한 내용이 불분명하다. 따라서 정치적 규탄 메시지를 내는 데 그칠 가능성도 있다.
ICC 회원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혐의로 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오마르 알바시르 전 수단 대통령이 2015년 남아공을 방문했을 때 그를 체포하지 않았으나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넘어간 전례도 있다.
더욱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과거 국가원수 사건 대부분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로 ICC 회부 결정이 내려진 것과 달리 푸틴 대통령의 체포영장은 ICC 자체 조사를 바탕으로 발부됐다.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라는 점에서 유엔이 개입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애초 ICC 체포영장 발부 때부터 집행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ICC 회원국은 124개국으로, 가입 의사를 밝힌 우크라이나까지 포함하면 125개국에 달하지만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등 주요 국가가 빠졌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ICC 권한과 역할이 정치적 논리와 이해관계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도 있다.
이스라엘 동맹국인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ICC 검사장이 하마스 최고지도부 3명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동시 청구하자 "터무니없다"고 공개 비판했다.
당시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ICC 지도부에 대한 '제재'를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네타냐후 총리 등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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