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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이라서 어려웠던 건 없다"… 첫 여성 KF-21 시험비행 뛰어든 정다정 소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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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9-05 11:50:31 수정 : 2024-09-05 14: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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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에서 첫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시험비행조종사가 탄생했다.

 

5일 공군에 따르면, 공군시험평가단 제52시험비행전대 정다정 소령은 지난달 23일 KF-21 개발시험비행 자격을 획득했다.

정다정 소령이 4일 공군 서산기지에서 KF-21 시험비행조종사로서 첫 평가임무에 나섰다. 정 소령은 지난달 23일 여군 최초로 KF-21 개발시험비행 자격을 획득했다. 공군 제공

정 소령은 지난 4일 오전 공군 서산기지에서 KF-21 시험비행조종사(Test Pilot)로서 첫 평가임무를 완수했다. 여군 최초 시험비행조종사로서의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셈이다.

 

KF-21 개발시험비행 자격은 시험비행조종사 교육과정을 수료한 이후 KF-21의 여러 계통에 대한 이해도를 확인하는 지상학술평가, 시뮬레이터 평가, 시동 및 지상활주 평가, 실비행 평가 등을 모두 통과해야 취득할 수 있다.

 

해당 자격을 획득하면 교관 시험비행 조종사가 동석하지 않고 단독으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1300여 시간을 비행한 베테랑 조종사 정 소령은 지난 2019년 여군 최초로 개발시험비행 교육과정에 선발됐다. 11개월의 국내 시험비행 교육·훈련, 9개월간 해외 비행시험학교에서 실무연수과정을 마친 후 시험비행조종사로 거듭났다.

 

다음은 정 소령과의 일문일답.

 

-시험비행 조종사가 된 계기는? 

 

KF-16 조종사로서의 경험 덕분이었다. 주기종인 KF-16도 훌륭한 전투기지만, 조종하다 보면 ‘이건 이랬으면’, ‘저건 저랬으면’ 싶은 경우가 많았다. 한국형 전투기가 개발되고 있는데 우리 조종사들과 최적의 콤비를 이룰 좋은 전투기, 대한민국을 굳게 수호할 강력한 전투기를 개발하는 데 현직조종사로서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시험비행 조종사가 되기까지 과정은?

 

시험비행 조종사로의 길은 쉽지 않았다. 연구 혹은 개발 중인 무기체계가 어떠한 조건에서도 정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최악의 상황에서 고난도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공중에서 엔진을 껐다가 다시 켜서 비행하거나, 의도적으로 조종 불능 상태로 빠뜨린 뒤 다시 안정적인 상태로 회복시키는 임무도 해야 한다.

 

항공역학, 전자 제어법칙, 항공무기체계에 대한 공학적 지식도 해박해야 했다. 매번 이론을 공부하고, 시험비행계획을 수립하고, 비행에 적용해보며 결과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오죽하면 처음 비행훈련을 받던 학생조종사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정다정 소령이 4일 공군 서산기지에서 KF-21 시험비행조종사로서 첫 평가임무에 나섰다. 사진은  KF-21 전투기에 탑승한 정 소령이 임무에 나서며 정비사들에게 엄지를 치켜올리는 모습. 공군 제공
 

-KF-21 개발시험비행 자격을 획득하기까지 과정은?

 

KF-21이 개발 중인 만큼 기본적인 비행운영 절차, 규정, 교범도 완벽을 기하기 위해 계속 수정된다. 지난주에 적용되었던 비행절차도 이번 주에 변경되고, 같은 장비에 대한 사용법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이 때문에 동료 조종사들뿐만 아니라 개발사 엔지니어들과의 원활한 소통도 필수였다.

 

-KF-21 개발시험비행 자격 획득 과정 중 가장 기억나는 순간은?

 

여름철 갑작스러운 뇌우 속에서 KF-21을 비행했던 순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이륙하고 15분 정도 지나고 기지 일대에 뇌우경보가 있다는 소식에 급하게 복귀해야 했다.

 

비를 뚫고 착륙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체로 악천후 속에서 착륙하는 것은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했다. 후방석 교관 조종사의 조언을 들으며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다.

 

이 경험으로 비행임무에 있어 ‘기본’의 중요성을 다시금 재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전천후 전투기로서 KF-21의 우수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향후 KF-21 시험비행 조종사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KF-21 개발을 위해 엔지니어들과 호흡하며 선후배 시험비행 조종사들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잘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정 소령이 탑승한 KF-21 전투기가 활주로를 힘차게 박차며 이륙하고 있다. 공군 제공

-후배 여군 조종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전에 라디오에서 힘을 얻었던 멘트가 있다.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할 거예요’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지금까지 많은 어려운 일들을 해냈지만, 앞으로도 그런일들은 계속될 것이고 대부분은 예상치 못한 난관들일 것이다.

 

‘왜 내가 이 일을 해야 하지’, ‘왜 하필 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묵묵히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막상 말하고 나니 나에게 필요한 말을 한 것 같다.

 

-여군 조종사로서 힘들었던 점은?

 

내가 여군이라서 어려웠던 점은 없다. 그 누구라도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왔다. ‘여군 최초의 KF-21 시험비행조종사’는 없다. ‘KF-21 시험비행조종사’만 있을 뿐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공군 조종사로서 최종적인 꿈은?

 

‘우리가 처음이다! 끝까지 안전하게!’ 내가 속한 제281시험비행대대 구호다. 공군 조종사로서 끝까지 안전하게 저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최종적인 꿈이다. KF-21의 안정적인 전력화로 대한민국의 항공우주력이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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