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도청→AI분석→맞춤 광고 과정 담겨
“‘셔츠를 사야겠어’라고 말했더니 앱 화면에 관련 광고가 뜬 적이 있어서 의아했던 적이 있어요. 여러 정보를 조합해서 인공지능이 의중을 파악한 건가 했는데…”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가 사용자의 대화를 도청하며 이를 맞춤형 광고에 활용한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보고서가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한 인터넷 보안 매체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마케팅 파트너 중 한 곳인 ‘콕스 미디어 그룹(CMG)’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입수해 보도했다.
보고서의 제목은 ‘음성과 기기에 달린 마이크의 힘’으로, CMG가 투자자 유치를 위해 작성한 ‘피치 데크’(사업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발표 자료)였다.
해당 보고서에는 CMG가 ‘액티브 리스닝(Active-Listening)’이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용자들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고, 맞춤형 광고를 생성하는 과정이 담겼다.
해당 소프트웨어는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PC, 홈 어시스턴트 등의 마이크를 통해 수집된 음성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의 구매 의도를 파악한 뒤 맞춤형 광고를 제공한다.
CMG는 보고서에서 “(사용자의) 대화를 듣고 실시간으로 의도를 파악해 데이터를 저장한다. 광고주는 이 음성 데이터와 (사용자의 검색 등 온라인) 행동 데이터를 결합해 소비자를 타게팅 할 수 있다”고 적었다.
인공지능(AI)이 음성과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잠재 고객을 식별하고 맞춤형 광고를 전달하는 6단계가 상세히 설명돼 있었지만, 어떤 방식으로 음성을 수집하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CMG는 주요 고객사로는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을 소개했다.
이에 구글은 ‘파트너 프로그램’ 웹사이트에서 CMG를 삭제했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인 메타는 CMG의 서비스 약관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메타 관계자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메타는 광고 게재 과정에 휴대폰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수년 간 밝혀왔다”며 “우리는 CMG에 연락해서 해당 프로그램이 메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도 “해당 프로그램에 협력한 적이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CMG 보고서 내용의 진위가 불명확하고 빅테크 기업들이 동의받지 않은 음성 정보를 활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닌 만큼 마이크 등 음성 장치의 권한 허용을 요구하는 앱을 설치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CMG는 유출된 보고서에 대해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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