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원인·사망자 규모 규명 첫발
정부 “日, 나머지 자료도 제공 약속”
우리 정부가 우키시마마루(우키시마호·사진) 침몰 관련 자료를 일본 정부로부터 입수함에 따라 사고 발생 79년 만에 구체적인 진상 파악 및 피해자 구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우키시마호는 1945년 8월22일 일본 아오모리현 오미나토항을 출발해 이틀 뒤인 24일 교토 마이즈루항에 기항하려다 선체 밑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 침몰했다. 우키시마호의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탑승자들은 대부분 강제노역 피해 노동자들로 알려졌다. 일본은 우키시마호가 해저 기뢰를 건드려 폭침했고, 승선자 3700여명 중 52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족들은 일본이 고의로 배를 폭파했으며 승선자는 7500∼8000명, 이 중 3000명 이상이 숨졌다고 주장해 왔다.
일본 정부가 현재 보관 중인 우키시마호 사건 관련 목록은 총 75건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승선자 명부’ 또는 ‘승선 명부’라고 표기된 15건의 목록이 한국인 피해 규모를 확인할 핵심자료로 파악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5일 이 가운데 내부 조사를 끝마친 19건을 제공했다. 이날 받은 문서는 원본이 아닌 사본이다. 일본 정부가 제공한 관련 자료 목록을 보면 ‘우키시마호 승선 조선인 명부’(1945년 8월 22일), ‘승선자 명부’, ‘승선 반도 노무자 명부’(1945년 8월) 등 제목의 자료가 10여건이 포함됐다. 따라서 한국인 피해 규모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알려지지 않았던 추가 희생자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나머지 목록에 대해서도 내부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제공하기로 약속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일본 정부는 사고 후 수년간 선체 인양이나 유해 수습을 하지 않아 의혹을 키워 왔다. 한국이 계속 요구했던 승선자 명부에 대해서도 배가 침몰될 때 상실됐다고 주장해 오다 지난 5월 말 일본 정부가 명부를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최근 일본 언론인의 정보공개 청구에 따라 3건의 명부가 공개됐고, 미야자키 마사히사 후생노동성 부대신(차관)이 지난 5월 국회에 출석해 “승선자 등의 ‘명부’라고 이름 붙은 자료가 70개 정도 있다”고 밝혔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일본학과)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명단을 받는 것 자체는 중요하지만 기나긴 피해자 구제 절차의 시작 단계일 뿐이라 앞으로 전체 명단을 받아내는 등 진전이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