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폭언·얼차려 등 정황 확인
피해 요원 포함 2명 근무지 변경
2025년까지 복무 요원 배정도 제한
병가 제한엔 “법 개정 전” 미인정
일각 “복무기관 재지정 명시를”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괴롭힘을 금지하는 법 시행을 앞두고 ‘1호 신고’를 접수한 서울지방병무청이 해당 복무기관에 대해 경고 처분하고 내년까지 사회복무요원을 배정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선 법이 개정되고 처벌 규정은 마련됐으나 괴롭힘 피해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보호 방안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8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안규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4월30일 박지훈(가명)씨가 서울지방병무청에 제출한 복무기관 괴롭힘 신고에 대해 병무청은 박씨 근무지를 변경하고 이 기관에 대해선 내년도 사회복무요원을 배정하지 않도록 조처했다. 다만 5월1일부터 시행된 개정 병역법에 따른 ‘복무기관 내 괴롭힘’은 인정하지 않았다. 병무청은 개정 법 시행 이후 괴롭힘 발생이 확인되지 않아 “개정 병역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개정 병역법은 복무기관장이나 소속 직원의 괴롭힘을 금지하고, 괴롭힘이 발생하면 근무장소 변경 등 적절한 조처를 하도록 규정한다. 복무기관장이 괴롭힌 행위자일 경우 1000만원 이하, 괴롭힘 발생 시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앞선 사례를 제외하고 개정 법에 따른 괴롭힘 신고는 5건(7월 기준) 접수됐고 1건 인정, 3건 미인정, 1건은 취하됐다. 괴롭힘이 인정된 기관의 담당 직원은 다른 기관으로 전보 조처됐다.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한 박씨는 센터장이 수차례 폭언을 하고 연·병가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서약서에 서명을 강요하는 등 괴롭힘을 일삼았다며 이를 지방병무청에 신고했다. 박씨 피해 사례를 보면 센터장은 박씨에게 “확 ×× 죽여버릴 수도 없고, 재지정해서 꺼지든지 병무청에 백날 찔러 봐라” 등 욕설을 서슴지 않았다. 일이 없어도 서 있게 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얼차려를 시키기도 했다.
병무청은 주된 괴롭힘 행위들이 개정 병역법 시행 전에 이뤄져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일례로 연·병가를 제한하는 서약서를 작성했으나 법 시행 이후 연·병가를 제한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서약서 강요 행위 자체를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선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얼차려의 경우 부당한 지시로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병무청이 해당 복무기관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전에 괴롭힘이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있었고 규정 위반 사항 등이 발견돼 경고 처분하고 올해와 내년도 사회복무요원 배정을 제한키로 했다. 지방병무청장은 필요한 경우 기관 복무실태 등을 수시로 조사한 뒤 행정 처분할 수 있는데 행정 착오나 과실로 법을 위반 또는 부당하게 처리한 경우 경고 처분된다. 피해 사회복무요원을 포함해 해당 시설에서 근무하던 복무요원 3명 중 2명은 복무기관을 옮겼다.
이미소 노무사(노무법인 HRS)는 “개정 법상 괴롭힘이 적용되지는 않았더라도 보호조치 차원에서 복무기관을 재지정한 것으로 보여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연차 사용 제약 동의서 등은 개정 법 시행일 이후에도 괴롭힘이 이어지는 행위로 봐야 하는데 이를 시행일 이전 행위로 제한해서 봤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민현기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법이 개정된 취지에 맞게 1호 신고에 대한 적극적인 판단이 이뤄졌다면 경각심을 갖게 하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괴롭힘 방지법 실효성을 높이려면 피해자 보호조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괴롭힘이 발생한 뒤 후속 조치에 복무기관 재지정을 포함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괴롭힘 발생 시 적절한 조치에는 근무장소 변경과 휴가 사용 등이 있는데 복무기관이 작은 경우 층을 나누는 식의 분리 조치는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괴롭힘 피해자 보호 조치에 복무기관 재지정을 명시하고 복무기관 재지정 사유로 괴롭힘 피해 사회복무요원 요청을 추가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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