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서범수 사무총장이 어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살모사”에 비유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외계인”에 빗댄 데 대한 맞대응으로 풀이된다. 여야가 민생은 제쳐놓고 저급한 인신공격이나 일삼고 있으니 볼썽사납다. 지금이 당 대표들 외모 품평이나 할 만큼 한가한 때인가. 국민의 정치 혐오증만 더욱 깊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서 총장은 이날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제가 귀당의 특정인을 지칭하며 ‘살모사 같아 징그럽다’고 하면 어떨 것 같나”라고 말했다. 귀당이란 민주당, 특정인은 이 대표를 각각 가리킨다. 이는 지난 6일 진 의장이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한 대표의 첫인상을 거론한 지 나흘 만에 나온 반응이다. 당시 진 의장은 “(한 대표는) 외계인을 보는 느낌”이라며 “어색하고 징그러웠다”고 묘사했다. 사무총장과 정책위 의장은 각각 당의 살림, 정책을 책임지는 요직이다. 그런 이들이 살모사, 외계인 같은 저열한 표현을 써가며 남의 외모나 비하하고 있으니 우리 정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나 싶어 한숨만 나온다. 어린이와 청소년들 보기에도 부끄러운 일이다.
진 의장과 같은 방송에 출연했던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언행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조 대표는 한 대표에 관해 “사람이 좀 얇다”, “키가 180㎝는 아닌 것 같다” 등 발언을 했다. 누가 봐도 한 대표의 외모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담긴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논란이 일자 그는 어제 다시 김씨의 유튜브에 출연해 “얇다는 말이 틀렸나. 한 대표의 정치인으로서의 언동이 두텁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공장장(김씨)이 180㎝ 얘기해서 ‘제 생각에는 180은 아닌 것 같습디다. 제가 한 181 정도 되는데 저보다는 (작다)’이라고 말한 게 무슨 외모 품평인가”라고 덧붙였다. 이 기회에 은근히 자기 자랑이나 하려는 태도가 유치하기 그지없다.
조 대표와 달리 진 의장은 외계인 발언이 잘못임을 시인했다. 그는 어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과한 표현으로 불쾌감을 드렸다면 정중히 사과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를 수용하는 선에서 조용히 끝냈으면 좋았을 것이다. 굳이 살모사 발언으로 사족을 붙인 격이 되고 말았다. 추석 상에 한국 정치에 대한 환멸이 오르길 원치 않는다면 여야는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민생 입법에만 전념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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