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임대차 계약 시 임차권설정등기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와 법무사 단체 등의 주장이 제기됐다. 임차권과 관련된 내용을 부동산등기부에 공시함으로써 임차인이 손쉽게 정보를 열람해 사전에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임대인의 이중계약 등으로 발생하는 전세사기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대한법무사협회가 11일 오전 경실련 사무실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천일 강남대 부동산건설학부 교수(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운영위원)는 “임차권설정등기 의무화로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불완전한 현행 주택임차권 공시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행정적 낭비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행 공시제도는 분산된 정보로 외부 관계자의 열람이 어려운 데다 정확도도 떨어지는 ‘깜깜이 공시’”라며 “전세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세입자는 물론 대출 기관 등도 손쉽게 임차권 관련 정보를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규 임차인 등은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주민등록표 열람이 어려워 임대차 계약에 관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또 입차권과 관련한 정보들이 부동산등기부, 주민등록지, 확정일자부 등에 흩어져 있어 사실관계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임대차설정등기를 의무화하면 임차인과 임대인 간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주택의 경매·공매 상황에서도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우선순위가 보호돼 전세사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전·월세 신고 등 행정 업무를 감축해 예산 절감의 효과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법무사협회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해 온 정경국 법무사도 실무 현장에서 현행 주택임차권 공시제도의 문제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 법무사는 “주택 인도·전입 등 대항요건에 의해서 이뤄지는 공시는 현장에서 그 불안정함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면서 “전입·확정일자를 보는 방법이 번거롭고 부정확하다 보니 다른 선순위임차인을 확인하지 못한 채 후순위 우선변제권자로 전락하는 경우, 우선변제권자를 확인하지 못하고 돈을 빌려준 제삼자가 경매절차에서 배당을 받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항력 발생 시기도 문제”라며 “임차인이 전입을 마치더라도 다음날 0시부터 대항력을 가지게 돼 당일 임대인이 근저당권을 설정해 상당히 곤란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 법무사는 “주택임차권의 공시방법을 일원화해 등기부에 공시한다면 앞선 실무상 문제점들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다”며 “이뿐 아니라 임대차보증금이 등기부에 공시돼 ‘깡통전세’ 예방 효과도 노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에선 임차권 설정 등기 의무화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나왔다.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장은 “임차권설정등기는 절차가 복잡해 시민들 입장에서 법무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 번거롭다”며 “이런 점을 우선 해결하고 나서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정흔 감정평가사는 “다가구주택의 경우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이 공시돼도 주택가격을 명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깡통전세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추가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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