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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영풍과 고려아연 동업자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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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9-24 23:26:40 수정 : 2024-09-24 23:2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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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처지가 다르고, 보유 자산이나 능력치도 다르다. 대체로 동업은 자산가와 전문가의 결합인 경우가 많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동업 관계가 영원히 지속된 사례는 없고, 어느 시점에선 단절되기 마련이다. 누군가 주도권을 쥔 상태에서는 그 가능성이 작지만 능력과 영향력이 비등해질 때 갈등이 생긴다. 급기야 재산 다툼에다 얼굴까지 붉히며 갈라서는 파국을 맞는다.

그러나 성공한 비즈니스 파트너십도 적지 않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그의 사업 파트너이자 단짝인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이 그랬다. 지난해 11월 별세하기 전까지 멍거는 그림자처럼 버핏 옆을 지켰다. 버핏은 주로 고향인 오마하에, 멍거는 로스앤젤레스에 사무실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한 번도 논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유 지분으로 다투지도 않았다. 그런 버핏도 ‘사업은 본질적으로 장기적이기 때문에 삶의 동반자처럼 인생을 함께할 생각이 없으면 동업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두 사람의 특별한 유대감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세계적인 투자 지주회사 버크셔해서웨이는 존재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성공적인 동업관계로 유명한 한국 기업으로는 LG그룹이 꼽힌다. 사돈관계인 창업 1세대 구인회와 허만정에서 시작해 3세대인 구본무 LG 선대 회장과 허창수 GS건설 회장에 이르기까지 57년 동안 3대가 동업했다. 복잡한 가계도와 동업 구조에도 반목과 갈등이 없었다. 2005년 GS그룹이 계열 분리된 뒤에도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는 남았다. 비결은 경영이념인 ‘인화’(人和)와 재산 배분 비율인 ‘65(구씨)대 35(허씨)’ 원칙의 철저한 유지다.

영풍과 고려아연도 친족이 아닌 동향 출신들이 두 세대에 걸쳐 동업 관계를 유지했다. 추석 연휴 직전 터져 나온 이들의 다툼이 낯선 이유다. ㈜영풍과 사모펀드 MBK가 고려아연 지분 최대 14.6%를 공개 매수한다고 밝히면서 본격화된 이들의 싸움은 어제 고려아연 관계자가 4∼5년 전 영풍 측이 떠넘긴 석포제련소 폐기물을 고려아연 측이 처리를 거절하면서 촉발됐다고 공개하는 등 점입가경이다. 헤어질 결심이 무르익고 ‘아름다운 이별’은 내팽개쳐졌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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