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안 해법 모색은커녕 불신 해소도 못한 용산·여당 회동

24일 대통령실서 20여명 만찬 모임
尹·韓 독대 없이 체코 방문 등 대화
의정 갈등·김 여사 논란 언급 안 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어제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 회동을 했다. 7·23 전당대회 다음날 만찬을 한 이후 두 달 만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체코 방문 성과를 공유하고, 당에서는 추석 민심과 정부에 대한 건의 사항을 전달하며 다양한 채널의 소통을 이어가기 위한 당정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어제 만찬에서는 윤 대통령의 체코 방문 성과와 관련한 대화가 주로 오갔고 의정 갈등이나 김건희 여사 관련 사항 등 현안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20명 넘는 인원이 참석한 1시간30분의 만찬이었으니 얼마나 속 깊은 대화가 오갔을 수 있었겠는가. 대통령실 측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전했으나 “특별한 게 없었다”는 냉랭한 반응이 나온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회동이 이뤄지지 못한 건 못내 아쉽다. 꽉 막힌 의·정 갈등 속에 해법을 모색해야할 여·야·의·정 협의체는 구성 논의조차 지지부진하다.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사과 요구가 비등한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서는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채 상병 특검법 등에 대한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에 여당은 속수무책이다. 이런 난국에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만으로도 국민 불안이 조금이나마 줄었을 터인데, 양측이 단합 회동만 한 셈이어서 현안 해결의 실마리를 기대한 국민들로선 실망스럽기 짝이 없을 것이다.

양측이 독대를 놓고 벌인 신경전은 한심하기 그지 없다. 한 대표가 독대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실 측이 “언론을 통해 독대를 요청하느냐”고 발끈하고, 한 대표가 “자꾸 (독대요청을) 흘렸다고 얘기하는데 그게 아니다”라고 해명하는 모양새가 볼썽사납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은 익히 알려졌다지만 작금의 시국 상황이 감정싸움이나 하고 있을 때인가. 이번에 양측 불신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커진 건 아닌지 걱정이다.

난국을 풀기 위해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손을 잡아도 모자랄 판이다.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만나 민심을 가감 없이 전해 듣고 해법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어제 한 대표가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빠른 시일 내에 대통령과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고 하니 조속한 시일 안에 허심탄회하게 정국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길 바란다. 한 대표도 자기 생각대로 대통령실을 바꾸려고만 한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두 사람이 불화하면서 갈등만 지속했다가는 공멸을 부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