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 양산을 시작했다고 26일 밝혔다.
최대 용량은 36GB(기가바이트)다. 기존 HBM3E 최대 용량은 24GB였다.
이번 제품의 동작 속도를 현존 메모리 최고 속도인 9.6Gbps로 높였다. 이는 이번 제품 4개를 탑재한 단일 그래픽처리장치(GPU)로 메타의 거대언어모델(LLM)인 ‘라마3 70B’를 구동할 경우 700억개의 전체 파라미터를 초당 35번 읽어낼 수 있는 속도다.
기존 8단 제품과 두께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3GB D램 칩 12개를 적층해 용량을 50% 늘렸다. 이를 위해 D램 단품 칩을 기존보다 40% 얇게 만들고 TSV(실리콘전통관극) 기술을 활용해 수직으로 쌓았다.
얇아진 칩을 더 높이 쌓을 때 생기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K하이닉스 핵심 기술인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적용했다.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은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공간 사이에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을 말한다. 이를 통해 전 세대보다 방열 성능을 10% 높였고, 강화된 휨 현상 제어를 통해 제품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
SK하이닉스는 양산 제품을 연내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 1세대를 출시한 데 이어 HBM 5세대까지 전세대 라인업을 개발하면서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유일하게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다. 12단 제품은 연내 엔비디아에 공급할 계획이다. 앞으로 엔비디아가 AI 칩에 HBM3E 12단 탑재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져 SK하이닉스 역할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HBM3E 8단, HBM3E 12단 제품에 대해 엔비디아 승인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론 HBM3E 12단도 아직 엔비디아 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모건스탠리가 ‘겨울이 곧 닥친다’는 보고서에서 HBM 공급 과잉 가능성을 언급하며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를 종전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낮추면서 시장 우려가 커졌으나 이번 SK하이닉스의 HBM3E 12단 세계 최초 양산 소식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주선 SK하이닉스 사장(AI인프라 담당)은 “다시 한 번 기술 한계를 돌파하며 시대를 선도하는 독보적인 AI 메모리 리더로서의 면모를 입증했다”며 “앞으로도 AI 시대의 난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차세대 메모리 제품을 착실히 준비해 ‘글로벌 1위 AI 메모리 프로바이더(공급자)’로서의 위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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