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였는데 제피렐리 만난 후 인생 바뀌어…제피렐리 연출판 ‘투란도트’ 한국에 소개해 기뻐”
'2024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 10월 12∼19일 서울 잠실올림픽 체조경기장 KSPO DOME 공연
“내가 집에서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레나 디 베로나의 작품을 한국에 가져오는 것과 전설적 연출가 프랑코 제피렐리(1923~2019)의 ‘투란도트’를 공연하는 게 저에겐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11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의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를 한국에 처음 선보이는 스테파노 트레스피디 축제 예술 부감독은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아레나 디 베로나 공연을 한국에서 함께하게 돼 굉장히 기쁘다”며 이 같이 말했다. 트레스피디는 다음 달 12∼19일 서울 잠실올림픽 체조경기장 KSPO DOME에서 열리는 ‘2024 오페라 투란도트 아레나 디 베로나 오리지널’의 연출을 맡는다. 제피렐리 연출판 ‘투란도트’는 1987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된 뒤 이 극장의 대표 작품으로 자리 잡았고, 2010년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초연했을 때 ‘베로나의 웅대한 공간에 맞춤한 투란도트’란 찬사를 받았다.
트레스피디는 “‘투란도트’는 거장 제피렐리가 극장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며 “아레나 디 베로나에선 다른 (연출가의) ‘투란도트’ 공연을 올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해서 제피렐리 판을 계속 공연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투란도트’를 그대로 한국에 가져오기 때문에 한국 관객들도 입이 벌어질 만큼 매력적이고 감동적인 공연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래 변호사였던 트레스피디는 “1995년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제피렐리를 만난 계기로 연출을 하게 됐고 내 인생이 바뀌었다”며 “제피렐리는 대본과 무대 미술, 조명 등 모든 것을 관장하며 공연을 진행했다. ‘투란도트’만 해도 무대 세트 부피가 크고 무거워 다루기가 쉽지 않은데 그는 무수한 공연을 연출했고, 많은 연기자와 합창단, 무용수, 가수들을 자유자재로 이끌었다”고 회상했다.
이번 내한 공연에는 이탈리아 현지 출연진 20여명과 의상·분장·무대 설치 기술진 60여명 등 아레나 디 베로나의 ‘투란도트’ 인력만 100명 가까이 참여한다. 들여오는 전체 공연 장비도 컨테이너 55대 분량에 달한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무용단은 국내 단체에서 맡고, 무대에 오르는 인원만 500명 정도다. 오케스트라 지휘봉은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의 대표 지휘자인 다니엘 오렌이 잡는다. 1975년 스무 살 나이로 폰 카라얀 국제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한 오렌은 현역 최고의 오페라 지휘자로 손꼽힌다.
예술총감독을 맡은 이소영 솔오페라단장은 “베로나에서 유학할 때 현지인들이 편안하게 오페라를 즐기는 것이 인상깊었다”며 “한국 관객들은 오페라에 대해 마음의 벽이 있는 편인데, 이 작품은 오페라를 대중화하고 저변을 확대하는 데 성공한 선례를 보여준 만큼 남녀노소 모두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라노 올가 마슬로바, 옥사나 디카, 전여진이 타이틀 롤(작품 제목과 같은 이름의 주인공)인 투란도트 공주로, 상대역인 칼라프 왕자는 테너 마틴 뮐레와 아르투로 차콘 크루즈가 연기한다.
전여진은 “올해 6월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에서 ‘투란도트’로 데뷔하려다 갑자기 건강 문제로 출연하지 못해 정말 아쉬었다”며 “한국에서나마 아레나 디 베로나의 ‘투란도트’ 데뷔를 하게 돼 정말 감사하다. 완벽하게 연습한 만큼 멋진 공연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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