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소 로블스 1983년 나파밸리, 소노마와 함께 최초 AVA 선정/레바논 출신 다우 형제 전 재산 투자 다우 빈야드 설립/로버트 파커 “나파밸리 부티크 와인 뛰어넘는 유일무이 와인” 극찬
피노누아로 빚는 프랑스 부르고뉴 빌라주급 와인. 메를로를 주품종으로 카베르네소비뇽 등을 섞는 보르도 우안 생테밀리옹 그랑크뤼. 두 와인은 품종은 전혀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코에 갖다 대는 순간 향수같은 우아한 향들이 폭발적으로 비강을 파고든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네비올로로 만드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바롤로의 강건한 힘과 산지오베제로 빚는 토스카나 키안티 클라시코의 생기발랄한 산도와 숙성향이 더해진다면 어떨까요. 나파밸리 컬트와인, 부띠끄 와인을 뛰어넘는 와인을 찾아 샌프란시코 만을 지나 남쪽 파소 로블스(Paso Robles)로 달려갑니다.
◆파커가 극찬한 파로 로블스 와인
샌프란시코와 로스앤젤레스 중간쯤에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산지 파소 로블스(Paso Robles)는 나파밸리와 소노마의 명성에 가려져 국내 소비자들에게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와인산지입니다. 하지만 파소 로블스는 미국 포도재배 및 와인생산 규정 AVA(American Viticultural Area)가 처음 도입된 1983년 나파밸리, 소노마와 함께 AVA로 지정됐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주목받는 캘리포니아 와인산지입니다. 18세기 후반 스페인 선교사들이 포도나무를 심으면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역사도 깊답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나파밸리 부띠끄 와인을 뛰어넘는 유일무이한 와인으로 이런 파소 로블스의 와인을 꼽았는데 바로 다우 빈야드(Daou Vinyards) 와인입니다. 레바논 출신 이민자 조르주 다우(Georges Daou)와 다니엘 다우(Daniel Daou) 형제가 2007년 세운 와이너리는 역사는 짧지만 빼어난 양조 솜씨로 파소 로블스의 떼루아를 잘 담는 파소 로블스 대표 부띠끄 와이너리로 성장했습니다. 한국을 찾은 다우 빈야드 인터내셔널 세일즈 디렉터 마리 샤를로테 프래이저(Marie Charlotte Fraysse)와 함께 파커가 반한 다우 와인의 매력을 들여다봅니다. 다우 와인은 최근 수입사 빈티지코리아를 통해 최근 국내에 첫선을 보였습니다.
◆담대한 사자의 영혼을 담다
보르도 그랑크뤼 클라세 와인 등은 절정의 맛과 향을 즐기려면 10년 숙성은 기본입니다. 끈질긴 인내심이 필요한 와인이죠. 하지만 다우 와인의 특징은 보르도 스타일이지만 바로 마셔도 절정의 맛과 향을 보여준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대표 와인이 소울 오브 어 라이언(Soul of a Lion)입니다. 미네랄이 풍부한 라임스톤 토양에서 자란 카베르네 소비뇽 81%, 카베르네 프랑 13%, 쁘띠 베르도 6%를 섞은 보르도 블렌딩입니다. 눈 감고 마시면 부르고뉴 샹볼 뮈지니로 착각할 정도로 피노누아 같은 우아한 향들이 폭발적으로 올라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온도가 조금 오르면 바롤로의 묵직한 구조감도 잘 느껴집니다. 잘 익은 블랙체리, 블랙베리로 시작해 잔을 흔들면 가죽, 시가, 젖은 흙, 숲속향, 버섯, 다크 초콜릿 등 10년 이상 숙성된 와인에 느껴지는 3차향들이 끝도 없이 펼쳐집니다. 치즈 플래터, 크레페 등 디저트와도 잘 어울립니다. 비비노에서 평점 4.6점을 받았고 와인을 마신 이들은 “풍부한 베리류 소스 풍미에 짙은 코코아 더스트가 느껴지며 가벼운 민트향, 토스트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엄청나게 풍부하고 우아하며 밸런스를 갖췄고 복합미가 넘친다. 바디감이 풍부하고 부드럽다”고 엄지를 치켜세웁니다.
와인 이름이 재미있습니다. 소울 오브 어 라이온은 조르주와 다니엘이 돌아가신 아버지 조셉(Joseph)을 기리며 헌정한 와인입니다. 형제는 아버지가 살아 있을때 가족의 역사를 담기 위해 전기 작가를 모셔 아버지의 이야기를 기록하도록 합니다. 책이 완성된 뒤 작가가 조셉에게 책의 제목을 묻자 조셉은 주저 없이 “Soul of a Lion”이라고 대답합니다. 이유를 묻자 “내가 배운 것과 자식들에게 가르친 것은 인생에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일어나 사자의 영혼으로 포효하며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정신”이라고 답합니다. 이에 형제는 아버지의 희로애락, 정신, 열정, 용기, 사랑, 지혜를 담아 소울 오브 어 라이온이라는 와인 이름을 만듭니다.
“다우는 바로 마실 수 있는 스타일로 만들어요. 하지만 장기 숙성도 가능해요. 리저브급은 10년, 소울 오브 어 라이온과 플래그십 페트리모니는 지금도 너무나 맛있지만 앞으로 20년은 충분히 숙성 가능하며 더 우아한 와인으로 발전합니다. 포도즙을 압착할 때 포도 무게에 눌려 저절로 추출되는 프리런 주스는 보통 30%에 불과한데 다우는 리저브급부터 프리런 주스로만 만들기에 포도의 캐릭터를 온전히 다 살릴 수 있습니다. 프리런주스는 탄닌이 과하지 않아 구조감이 좋아요. 인증을 받지는 않았지만 모든 와인은 유기농으로 만듭들어요. 보디가드 시리즈를 제외하고 모두 프렌치 오크를 사용하며 100개가 넘는 야생효모중 가장 뛰어난 효모만 한두개 뽑아서 스타일을 컨트롤합니다. 특히 카베르네 소비뇽의 클론은 보르도, 나파밸리의 클론 13개를 사용해서 복합미를 최대한 끌어 올린답니다.”
◆나파밸리 뛰어넘는 부띠끄 패트리모니
패트리모니(Patrimony)는 다우의 플래그십 와인 시리즈입니다. 패트리모니는 태평양과 가깝고 해발고도 600m가 넘는 애들레이다(Adelaida)의 포도로만 만듭니다. 파소 로블스는 11개 세부지역으로 구성됐는데 아델라이다는 파소 로블스의 다른 지역에 비해 서늘합니다. 태평양과 가깝고 일교차도 커 미네랄과 산도가 훌륭하며 짭조름한 미네랄과 복합미도 잘 표현됩니다.
패트리모니 카베르네 소비뇽은 카시스, 블루베리, 석류, 커런트, 보라색꽃으로 시작해 온도가 오르면 구운 호도 등 견과류와 흑연, 에스프레소, 담배, 초콜릿, 토스트, 모카의 힌트가 풍성하게 어우러집니다. 붉은 육류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패트리모니 카베르네 프랑은 블랙체리, 블랙베리, 자두, 석류, 라즈베리의 노트가 느껴지고 으깬 돌이 연상되는 미네랄 노트가 도드라집니다. 탄닌은 벨벳처럼 부드럽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겹겹이 쌓인 과일향이 하나하나 펼쳐지고 살짝 스파이시한 느낌이 길게 이어집니다.
◆어머니는 자식의 보디가드
보디가드(Bodyguard) 시리즈는 다우 형제가 어머니의 사랑에 헌정하는 와인입니다. 형제는 레바논에서 살던 어린 시절 전쟁과 피난의 역경을 겪었는데 어머니의 보호 아래 어린 시절을 잘 보낼 수 있었던 추억을 담았습니다.
다우 보디가드 샤도네이는 신선한 레몬제스트, 복숭아에서 메론, 파인애플, 망고 등 열대과일까지 다양한 과일향이 화려하게 펼쳐지고 자스민향도 스쳐 지나갑니다. 온도가 오르면 버터리한 오크향과 스파이시한 노트가 살짝 더해집니다. 생기발랄한 산도가 뒤에서 잘 받쳐줘 좋은 밸런스를 보여줍니다. 새우, 해산물 요리, 파스타, 치즈와 잘 어울립니다. 새 프렌치 오크 30%, 새 미국 오크 30%, 뉴트럴 프렌치 오크 40%에서 10개월 숙성해 복합미와 볼륨감을 잘 이끌어 냈습니다.
다우 보디가드 레드는 쁘띠 베르도 71%, 쁘띠 시라 29%를 섞은 아주 독특한 블렌딩입니다. 레드체리, 블랙베리, 크렌베리, 자두로 시작해 농축된 검은 과일향이 더해지고 으깬 베리, 딸기잼, 메이플시럽, 담배, 초콜릿이 과하지 않게 어우러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허브와 후추향이 더해져 긴 여운을 남깁니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탄닌이 돋보입니다. 송아지, 양고기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새 프렌치 오크 35%, 새 미국 오크 뉴 아메리칸 오크 35%, 뉴트럴 프렌치 오크 30%에서 18개월 숙성합니다.
◆가성비 뛰어난 리저브
다우 리저브 샤도네이는 잘 익은 배, 메론, 파인애플의 과일향이 풍성하게 시작되고 싱그러운 히비커스꽃, 파인애플 칵테일 피나콜라다, 자스민이 더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크 숙성에서 오는 바닐라, 버터, 헤이즐넛, 꿀향이 과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샐러드, 돼지고기, 닭고기 요리 및 연어, 참치 등과 잘 어울립니다.
다우 리저브 카베르네소비뇽은 카베르네소비뇽 77%, 쁘띠 베르도 23%이며 라즈베리, 석류, 블루베리, 블랙체리로 시작해 월계수잎, 담배잎향이 더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정향, 바닐라, 초콜릿 풍미가 도드라집니다. 육즙이 가득한 소고기, 양고기 요리와 궁합이 잘 맞습니다. 보르도 스타일이면서도 파스 로블스 떼루아를 잘 담고 있습니다. 새 프렌치 오크에서 18개월 숙성합니다.
다우의 기본급 라인도 빼어난 품질을 보여줍니다. 다우 샤르도네는 프랑스 부르고뉴 샤블리 스타일로 빚었습니다. 레몬, 복숭아, 배로 시작해 그린애플, 메론, 파인애플, 망고, 구아바, 키위 등 열대과일향이 더해집니다. 생강 같은 스파이한 노트도 살짝 느껴집니다. 헤이즐넛과 스모키한 오크향도 곁들여져 둥글둥굴하고 풍성한 볼륨감을 선사하면서도 산도가 잘 뒷받침됩니다. 돼지고기, 닭고기와 연어, 참치, 대방어 등 기름기 많은 생선과 잘 어울립니다.
다우 카베르네소비뇽은 카베르네 소비뇽 77.5%, 쁘띠베르도 15.6%, 메를로 6.5%, 카베르네 프랑 6.5%를 섞은 보르도 블렌딩입니다. 강렬한 블랙체리, 블루베리, 라즈베리, 카시스, 자두로 시작해 온도가 오르면 블랙베리잼, 다크초콜릿이 더해지고 샌달우드, 흙내음, 가죽, 담배향 등 숙성된 와인에서 느껴지는 3차향도 잘 표현됩니다. 소고기, 양고기 구이, 사슴고기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새 프렌치오크를 50% 사용합니다.
◆파소 로블스에서 가능성을 찾다
레바논을 떠나 프랑스를 거쳐 미국에 정착한 조르주와 다니엘 형제는 병원 시스템 IT 관련 스타트업을 설립했는데 대박이 터지면서 거액의 부를 축적합니다. 와인을 굉장히 좋아하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 어린시절부터 언젠가는 와인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품은 형제는 조르주가 서른다섯, 다니엘이 서른한살 때 IT 기업을 7500억원에 처분, 이 돈으로 파소 로블스에서 다우 빈야드를 설립합니다.
“프랑스 그랑크뤼 클라세 샤토 라스꽁브 와인메이커 등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와인 지식을 쌓은 다우 형제는 스타트업을 매각해 번 돈으로 나파밸리 와이너리 구입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나파밸리 와이너리는 마케팅 비용만 엄청나게 들어 갈 것 같고 특별한 곳을 발견하지도 못했어요. 조르주는 비즈니스, 다니엘은 와인 양조를 담당하고 있는데 7년 동안 많은 곳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파소 로블스의 뛰어난 토양을 발견합니다. 태평양과 거리가 멀지 않아 보르도와 비슷한 기후이고 일교차도 커 와인 재배에 굉장히 적합한 곳이라는 점에 끌렸죠. 당시만해도 파소 로블스 와이너리는 20개 안팎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200개를 넘었으니 선견지명이 있었던 거죠. 다른 지역과 달리 유일하게 석회암인 라임스톤이 주토양이고 점토도 있어서 형제는 충분히 보르도 스타일의 엘레강스한 와인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과학적인 접근도 큰 몫을 합니다. 하루에 세 번씩 페놀을 검사해 완벽한 숙성을 확인한 뒤 수확합니다.”
이처럼 다우는 파소 로블스의 떼루아와 보르도 스타일을 접목해 비록 역사는 짧지만 미국에서 가장 주목 받는 핫한 와이너리로 떠올라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습니다. ‘호주 국가대표 와인’ 펜폴즈를 생산하는 TWE 그룹이 최근 무려 1조원을 투자해 다우 빈야드를 인수했을 정도랍니다. 파커는 다우의 데일리 와인부터 울트라 프리미엄 와인까지 매 빈티지마다 93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파소 로블스 역사
파소 로블스는 샌프란시코와 로스엔젤레스 중간쯤에 있습니다. 미국 와인은 나파밸리 정도만 알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파소 로블스는 다소 생소할 수 있습니다. 파소 로블스는 스페인어로 ‘오크의 길’이란 뜻입니다. 그만큼 이곳에 오크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습니다. 덕분에 아주 오래전부터 와인 산업이 발전했습니다. 파소 로블스는 18세기 후반 스페인 선교사들이 포도나무를 심으면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답니다. 미국 포도재배 및 와인생산 규정 AVA(American Vitcultural Areas)가 도입된 1983년 나파밸리, 소노마와 AVA에 선정됐을 정도로 오래전부터 품질을 인정받았습니다. 2014년 최종 승인된 파소 로블스 세부 산지는 11개입니다. 하지만 세부 산지가 있어도 파소 로블스 명칭을 알리기 위해 와인 레이블에 파소 로블스를 세부 산지와 함께 표기합니다.
◆파소 로블스 토양
동~서 67km, 남~북 56km에 달하는 파소 로블스는 태평양판이지만 북쪽의 나파밸리와 소노마는 북미판으로 지각 판 자체가 굉장히 다릅니다. 따라서 파소 로블스만의 특별한 기후와 토양 조건을 지녔는데 수백만년동안 조개껍데기, 해조류, 산호 등이 층층이 쌓인 깊은 해저지반이 융기한 백악질 쵸크(Chalk) 토양과 석회암인 라임스톤 토양이 주를 이룹니다. 샴페인 본고장인 프랑스 상파뉴가 바로 이런 쵸크 토양으로 유명합니다. 쵸크 토양은 포도가 우아한 산도를 얻는 가장 뛰어난 토양입니다. 파소 로블스는 물 공급을 거의 하지 않는 드라이 파밍(건지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지만 쵸크 토양 덕분에 생장에 필요한 충분한 수분이 공급됩니다. 쵸크 토양은 약간 축축할 정도로 습기를 잘 머금어 매우 건조한 여름에도 포도나무에 적당한 수분을 공급하기 때문입니다. 또 쵸크토양은 포도나무 뿌리가 땅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들기 쉬워 우아한 산도와 미네랄을 움켜쥐면서 와인에 섬세하고 우아한 풍미와 뛰어난 구조감을 선사합니다.
파소 로블스에는 30개 이상의 ‘부모 토양’이 있을 정도로 토양이 다양한데 크게 구분하면 4가지 타입입니다. 가장 기본 토양이 백악질과 석회질로 고대 해저지대가 융기하면서 생긴 토양입니다. 특히 파소 로블스 서쪽은 표층토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한 석회질로 이뤄졌습니다. 고도가 높아지면 석회질 함량이 좀 더 많아집니다. 해발고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구릉지의 발치에선 좀 더 유기질이 많이 섞여 있는 점토질이나, 미사점토가 많이 발견됩니다. 구릉지가 많은 동쪽은 점토질이 메인토양이며 표층토에서 좀 더 깊게 들어가면 칼슘을 많이 함유한 석회질 토양도 볼 수 있습니다.
◆피소 로블스 기후
파소 로블스는 서쪽 산타 루시아 산맥(Santa Lucia Range)과 동쪽 쇼람 힐스(Cholame Hills)·라 판자 산맥(La Panza Range)으로 둘러싸인 독특한 지형으로 낮에는 포도가 잘 익지만 밤에는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큰 일교차(15~25도) 덕분에 당도와 산도의 밸런스가 좋은 포도가 생산됩니다. 산타 루시아 산맥의 템플턴 골짜기 사이로 태평양의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는 ‘템플턴 갭 효과(Templeton Gap Effect)’ 덕분입니다. 또 동쪽 산맥에서도 냉각 효과를 주는 다운 슬로프 윈드가 불어와 여름에도 아침에 해가 뜨기 전까지 서늘한 기후가 오래 유지되고 북쪽에서도 서늘한 바람이 살리나스 밸리까지 내려옵니다. 이 때문에 공기 순환도 잘 됩니다. 실제 따뜻한 포도 생장기 동안에 거의 매일 오후 2시쯤 찬공기와 더운 공기가 순환되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포도밭에서 서 있으면 머리카락이 공기 때문에 계속 밀려 올라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정도랍니다.
◆파소 로블스 와인 매력과 품종
파소 로블스 와인은 가성비가 뛰어나고 다양한 품종을 잘 만든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파소 로블스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구대륙 와인산지의 토양, 기후와 매우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보르도 대표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무르베드르, 쁘띠베르도는 물론, 부르고뉴를 상징하는 샤르도네도 잘 자랍니다. 특히 프랑스 론밸리의 레드 품종인 시라, 그르나슈와 화이트 품종 비오니에, 마르산, 루산이 유명하고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네비올로, 바르베라도 뛰어납니다. 이처럼 파소 로블스 한 곳에서만 프랑스와 이탈리아 대표 품종을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아주 큰 매력입니다. 여기에 캘리포니아에서 유명한 진판델이 더해지고 가격까지 착해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답니다. 보통 와인산지를 포도 품종으로 정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파소 로블스는 이처럼 다양한 품종을 잘 만들어내는 곳이라는 점에서 카베르네 소비뇽과 샤르도네 일변도인 나파밸리에서 찾을 수 없는 매력을 지녔습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