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흉기로 모녀를 찌르고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학선(65)이 첫 재판에서 '우발적 살인'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범행 전 피해자에게 통화로 살인을 언급하며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는 지난달 9일 오후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학선의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박학선은 피해자인 60대 여성 A씨와 교제했던 사이로, A씨의 딸 B씨 등 가족들이 교제를 반대하고 피해자도 이별을 통보하자 지난 5월30일 이들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박학선은 범행 당일 모녀의 사무실이 있는 오피스텔 부근 커피숍에서 결별 통보를 받자 'B씨에게 직접 확인하겠다'며 사무실로 가 B씨를 살해하고 도망가는 A씨를 쫓아가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에 사용한 흉기는 도주 중 범행 현장 인근의 한 아파트 공원에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박학선의 범행으로 A씨가 즉사했고, 30대인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경찰은 박학선을 추적한 끝에 다음날인 5월31일 범행 약 13시간 만인 오전 7시45분께 서울 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 인근 노상에서 긴급 체포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공소요지를 통해 박학선의 범행이 '계획적 살인'이라고 강조했다. 범행 이틀 전인 지난 5월28일 박학선이 A씨로부터 전화통화로 결별을 통보받자 '죽여버린다'고 협박한 사실을 근거로 제시했다.
박학선 측은 기본적인 공소사실은 인정하지만 계획적 범행이 아닌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반박했다.
박학선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관해 모두 인정하지만 피고인이 계획적으로 범행을 실행한 것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공소사실 중 미리 범행을 계획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만 부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YTN이 확보한 통화 녹취에서 박학선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 A 씨에게 항의하다가, '모녀를 모두 죽이겠다'고 말했다.
범행을 이틀 앞두고 사실상 살인을 예고하는 듯한 발언을 했던 것이다.
그는 범행 당일 피해자들을 만난 뒤 12초 만에 범행을 저질렀는데, 유족들은 이런 모든 정황이 계획 살인을 가리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유족을 불러 이야기를 들은 뒤 이르면 10월 중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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