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역 일대서 전국 최초 ‘약물운전’ 단속도
‘불금’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28일 오전 1시40분. 서울 강남구 신사역 인근 한 클럽 앞은 늦은 시간까지도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과 길거리에서 흡연 중인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창 운영 중인 클럽 앞에 검은 옷을 입은 10여명이 모이자 시민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마약 단속을 위해 현장을 찾은 경찰과 소방, 시·구청 직원들이었다. 내부에는 이미 경찰 2명이 상황을 지켜보고, 단속을 피해 도망칠 수 없도록 클럽 후문에도 경찰이 자리한 후였다. 경찰이 클럽 측에 협조를 구한 후 내부로 진입하자 본격적인 점검이 시작됐다.
경찰·소방 및 관할 지자체 관계자들은 전날 오후 9시30분쯤부터 이날 오전 3시까지 용산, 강남, 서초 등 서울 유흥시설 밀집 지역 3곳에서 유관기관 합동단속을 진행했다.
강남의 경우 신사동 클럽 1곳을 점검했다. 단속에는 마약수사대 10명, 형사기동대 1개반, 기동순찰대 7명, 서울시·강남구청, 강남소방서 등 유관기관에서 29명이 참여했다.
경찰이 향한 곳은 클럽 화장실. 마약류를 숨기거나 칸막이 안에 들어가 투약하기 쉬운 곳으로 알려졌다. 마약수사대원들은 화장실 쓰레기통을 뒤지고, 화장실 안에서는 거울 뒤편, 천장 틈새, 세면대 아래 등을 손전등으로 비추면서 마약류가 숨겨져 있는지 점검했다.
화장실에는 “화장실 2인 이상 출입금지-적발 시 마약 투약 또는 거래 현장으로 간주하여 관할 경찰서로 즉시 인계하오니 이에 사전 경고합니다”라고 적힌 클럽 측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날 마약 단속은 경각심 환기를 위해 이뤄지는 가시적 단속으로, 약 20분간 진행됐다. 마약류가 발견되는 등의 이상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서초구에서 진행한 마약 단속 활동 도중 클럽 안에서 약물로 의심되는 카트리지가 발견돼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단속을 마치고 나온 박원식 강남경찰서 형사2과장은 “보통 클럽 내부의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 특히 화장실 등에서 마약을 투약하는 경우가 많아 오늘은 이런 곳 중심으로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클럽 등은 시민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지, 마약 범죄의 온상이 돼선 안 된다”며 “경찰은 앞으로도 마약류 단속을 지속적이고 철저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신사역사거리 일대에선 전국 최초의 약물운전 단속 활동도 이뤄졌다. 약물운전 단속은 음주운전 단속과 함께 이뤄지는데, 음주운전이 감지된 경우 타액형 간이시험 키트인 ‘오랄톡스(OralTox)’로 그 자리에서 마약류 투약 여부까지 검사한다. 경찰은 단순 음주 측정 외에도 급발진·급제동, ‘지그재그’ 운전 등의 특이사항이 발견될 경우 키트를 사용해 검사할 계획이다.
이날 오전 2시30분쯤 첫 번째 약물단속 대상자가 나왔다. 한 여성 운전자가 음주단속에 적발돼 오랄톡스를 이용한 검사를 받았고, 키트를 사용한 지 약 10분 뒤 마약류를 투약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여성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2%로 음주운전 기준에 미달해 훈방 조치됐다.
이상범 강남경찰서 교통안전계장은 “지난 2달 동안 강남경찰서 관내에서 약물 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2건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클럽이나 유흥업소 밀집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약물 운전을 단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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