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서 첫 개최… 36개국 1100명 참석
유럽, 침술 접목한 통합의학 꾸준히 시도
600년 역사 한국 전통의술에 관심 높아
안세영 선수 전담의 시연 등 뜨거운 호응
지난 27일 제주 신화월드에서 열린 ‘2024 국제침술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f Medical Acupuncture and Related Techniques·ICMART) 학술대회’에 참석한 해외 의료진은 각국의 침술 활용이 확장되고 있는 내용에 대해 공유했다.
ICMART는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설립된 전 세계 침술 및 통합의학 국제학술단체로, 3만5000명의 의사가 회원으로 가입됐다. 그동안 유럽과 미국에서 학회가 주로 개최됐지만 올해 동북아시아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렸다. ‘통합 의료의 미래 - 침술, 의학 과학 및 기술의 융합’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학회에는 36개국 1100여명의 학자가 참석했다. 지난 행사에 비춰 세 배가 넘는 인원으로 한의학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잘 보여줬다.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크 커밍스 영국 의학침술협회 이사는 “경희대 한의학 교육 현장을 방문했는데 너무 질투가 난다. 정부에서 연구비를 지원받는 것도 너무 부럽다”며 “무상의료시스템인 영국은 2009년 처음으로 요통을 침술 무상치료에 포함시켰고, 2012년 만성 두통을, 2021년에 만성통증 역시 무상대상에 포함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600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현대의학이 뿌리를 내린 와중에 길어야 100년인 침술의 역사는 의학 내에 뿌리내리는 데 제약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사들이 추가로 침술을 배워 접목하며 ‘통합의학’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유럽에서 침술의 활용 분야, 정부의 지원은 수십년 전에 비해 확연히 늘었다.
카린 스토커트 ICMART 총괄이사는 “오스트리아에서는 대형 병원 진료에서 침술 치료는 무료”라며 “빈에서 가장 큰 대학병원에서 침술하는 의료진은 하루 60명씩 환자가 있어 다 보험으로 커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스토커트 이사는 “독일의 경우 요통, 퇴행성 슬관절염은 (병원 규모와 관계없이) 무조건 30유로(한화 4만5000원)가 지원된다”고 전했다. 앙리 트뤼옹 탕 트룽 ICMART 차기 학술위원장은 “프랑스는 유럽에서도 침역사가 긴 편”이라며 “현재 의과대학에서도 침술을 가르치고 있고, 병원에서도 침 많이 활용되고 있다. 산부인과 통증완화에서도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의사들은 한의대가 의대와 분리돼 전문적으로 한의사를 양성하는 시스템과 정부의 지원으로 한의 치료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시스템에 높은 관심은 보였다.
다음날 열린 한의학 시연에서는 침술에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을 치료했던 장세인 대한스포츠한의학회장의 한의학 시연강의 중 다리가 완전히 올라가지 않던 환자가 침술 치료 후 변화를 보이자 해외 학자들 사이에서 감탄이 나온 것이다.
최도영 대한한의학회장은 “그동안은 유럽 의사들이 중국에 가서 침술 배웠는데, 이제 우리나라도 해외에 전통의학 침술 연구자들을 섭외·교육하며 한의학 세계화를 이뤘다”며 “이를 통해 오늘 같은 행사가 가능하게 됐다. 한의학은 특히 연구분야에서도 최상위에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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