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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자’ 서울교통공사, 지하철역 이름 팔아 150억 벌었다 [뉴스+]

입력 : 2024-09-30 06:00:00 수정 : 2024-09-29 22: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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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명 병기 판매 사업으로 수익
최근 4년간 역 39곳 계약 체결
“재정난 완화책으로 자리 잡아”
공공성 저하는 보완 과제 꼽혀

서울지하철 1∼8호선 운영사인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가 최근 4년간 지하철역 이름을 함께 표기할 권리를 파는 ‘역명 병기 유상판매’ 사업으로 150억원가량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가 만성 적자로 시름하는 상황에서 역명 병기 판매 사업이 공사의 재정난을 타개할 한 대책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해당 사업으로 부역명을 낙찰 받은 기관이 대부분 일반 기업이라는 점에서 공공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 지하철 2호선 강남역. 뉴시스

29일 공사에 따르면 공사가 관리하는 서울지하철 1∼8호선 구간 276개역 중 이 사업으로 부역명을 병기한 역은 39곳(환승역은 1개역으로 간주)이다. 역명 병기 판매 사업은 공사의 전신인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통합해 출범하기 전인 2016부터 시작됐다. 한때 추가 사업이 이뤄지지 않았으나, 2021년부터 재개했다. 2021년엔 3개역에서 15억9800만원, 2022년엔 18개역에서 74억4200만원, 지난해는 14개역에서 34억4600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계약 조건은 3년으로, 1회에 한해 3년 연장이 가능하다. 올해는 지난 8월 낙찰된 3개역(성수·강남·여의나루)과 단독입찰로 수의계약을 한 상봉역까지 4개역에서 약 24억8300만원의 수익을 올리면서 최근 4년 동안 총계약 금액은 약 149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대상 역에서 1㎞ 이내에 위치해야 하며, 유흥업소처럼 공공장소에 이름을 써붙이기 부적절한 곳이 아닌 기관 중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곳이 최종 낙찰자가 된다. 기초 금액(최저 입찰가)은 공신력 있는 외부 원가조사 전문용역기관에 의뢰, 광고매체 판매단가와 역세권개발정도, 승하차인원, 안내표지판 수량 등을 반영해 산정한다고 공사는 설명했다. 계약 만료시 만료된 역을 대상으로 입찰을 실시하며, 수요가 있을 땐 1년에 한 차례 수시입찰도 한다.

 

지금까지 계약 금액이 가장 비싼 곳은 올해 낙찰된 강남역·하루플란트치과로, 금액은 11억1100만원이다. 이어 성수역·CJ올리브영(10억원), 을지로3가역·신한카드(8억7450만원), 을지로입구역·하나은행(8억원), 선릉역·애큐온저축은행(7억5100만원) 순이다. 역삼역·센터필드(7억500만원)와 을지로4가·BC카드(7억70만원), 명동역·우리금융타운(6억5466만원), 구로디지털단지역·원광디지털대(4억7700만원), 압구정역·현대백화점(4억7300만원)이 뒤를 이었다.

공사는 올해 유찰된 종각역 등 5개역의 역명 병기 판매를 재공고하는 한편, 삼각지역의 경우 유상 판매가 아닌 무상 병기를 추진하기로 했다. 공사가 관리하는 무상 병기역은 64곳이다.

 

최근 4년간 역명 병기 사업으로 연평균 37억4000여만원의 수익을 올리면서 공사의 재정 상황에 보탬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병기되는 부역명들의 지역 대표성이나 공공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역대 최고가로 낙찰된 강남역·하루플란트치과와 역대 2위인 성수역·CJ올리브영 사례를 두고 온라인 공간에선 “일개 치과가 강남역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느냐”, “올리브영 매장이 성수에만 있나” 같은 비판이 빗발쳤다. 한 공사 관계자는 “그동한 심의기준에만 부합하면 최고가를 낸 참여자를 입찰자로 선정한 탓에 공공성·대표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심의위원회 운영 방식을 개선하고 심의기준을 재정비해 지역 대표성과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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