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와 달리 잠잠한 3분기를 보낸 국내 조선 3사가 4분기에 들어서자마자 다시금 수주 소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수주액은 4분기 이틀 만에 2조원을 돌파했다.
선박 가격 상승이라는 조류에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 및 선박 교체 주기라는 훈풍까지 더해지며 올해 국내 조선 3사의 영업이익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HD현대는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아시아 선사와 초대형 에탄운반선(ULEC) 2척, 오세아니아 선사와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2척, 아시아 선사와 액화천연가스(LNG) 벙커링선 1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연이어 체결했다고 2일 공시했다. 총수주 금액은 8814억원이다.
이번에 수주한 ULEC 2척과 LPG운반선 2척은 각각 2027년 9월과 7월까지 선주사에 인도되며 LNG 벙커링선 1척은 2027년 5월까지 건조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아시아 지역 선주와 6783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오는 2027년 4월까지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한화오션도 아시아 지역 선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부유식 저장·재기화설비(FSRU) 1척 수주 소식을 알렸다. 수주액은 5454억원이다.
LNG-FSRU는 육상터미널 건설 등 대규모 설비투자 없이도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있는 선박이다. 특히 천연가스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증하는 곳이나 육상설비 건설이 어려운 지역에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있다.
LNG-FSRU는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분류되는 일반 LNG운반선보다 고가로 알려졌다. LNG-FSRU는 척당 4억달러(약 5279억원)가 넘어 평균 2억달러(약 3500억원) 정도인 LNG운반선 대비 1억5000만달러 가량 더 비싸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41척의 LNG-FSRU/RV 중 12척은 한화오션이 건조하며 약 3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는 3사의 올해 영업이익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선박 가격을 보여주는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달 20일 190을 기록하며 초호황기였던 2008년 최고치(191.6)에 근접했다. 게다가 세계적인 환경 기준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와 선박 교체주기까지 맞물리며 조선 업계의 호황은 장기화할 모양새다.
실제로 HD한국조선해양은 현재까지 총 165척(해양설비 1기 포함), 185억9000만달러(약 24조5350억원)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135억달러·약 17조8200억원)를 37.7% 초과 달성했다.
한화오션도 올해 LNG운반선 및 LNG-FSRU 17척, 초대형 유조선 7척,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2척, 초대형 가스 운반선 1척, 해양 1기, 특수선 3척 등 31척 약 61억 달러를 수주하며 지난해 수주액(35억2000만달러)을 훌쩍 넘겼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현재까지 총 24척, 약 54억달러(7조1269억원) 규모를 수주해 올해 수주 목표인 97억달러(12조840억원)의 56%를 달성했다. 현재까지 수주 잔고는 319억달러로 약 3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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