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모습으로 반복되는 ‘간병 살인’, 30년 넘게 돌본 아들 살해 사건도
함께 살던 60대 아내의 목을 졸라 살해하려 한 7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십수년간 아내의 병간호를 해 오다 신변을 비관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른바 ‘간병 살인’ 사건인 셈이다.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살인미수 혐의로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이날 0시30분쯤 수원시 권선구 자신의 주거지에서 잠들어 있는 아내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이후 A씨는 직접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B씨는 현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으나 위독한 상태다.
A씨는 신고 당시 “말기 암을 앓고 있는 아내를 십수년간 병간호해왔으나, 더는 할 수 없을 거 같아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당시 A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A씨 진술의 진위를 확인한 뒤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병세 악화나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오랜 시간 돌본 환자를 결국 살해하는 ‘간병 살인’은 같은 모습으로 반복되고 있다. 지난 5월 울산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대로)는 선천성 질환과 장애를 가진 아들을 30년 넘게 돌보다가 처지를 비관해 살해한 60대 어머니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아침 울산 자택에서 30대 아들을 목 졸라 숨지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 아들에겐 선천성 심장병, 청각 장애, 면역 장애 등이 있는데 소화 기능도 좋지 않아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거나 자주 토했다.
A씨는 아들을 돌보면서 의료비 마련을 위해 일을 해야 했다. A씨 노력에도 아들 병세는 악화했고, 잘 움직이지 못하거나 구토를 자주 해 1년 중 100일 이상을 입원해야 했다.
A씨 역시 나이가 들어가면서 척추협착증이 생기는 등 건강이 나빠졌고, 지난해 9월에는 허리통증 때문에 돈벌이로 하던 요양보호사 일을 어쩔 수 없이 그만둬야 했다. A씨는 약 두 달 뒤 허리 증세가 다소 나아져 재취업을 준비했으나 아들은 그 무렵 다시 입원해야 할 만큼 또 건강이 나빠졌다.
큰 절망감을 느낀 A씨는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A씨는 결국, 남편이 외출한 사이 아들을 살해하고 본인 역시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으나 귀가한 남편에게 발견돼 소방 당국과 경찰이 출동하면서 재판에 넘겨졌다.
남편 등 A씨 가족은 A씨가 그동안 들였던 노고와 겪었던 고통을 이해해달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법원은 A씨 사정을 참작하면서도, 자녀가 어떠한 장애가 있다거나 그 인생이 순탄하지 않다고 해서 부모가 자신이나 자녀의 처지를 비관해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어머니로서 아들을 30년 넘게 정성껏 보살펴 왔다”며 “간병과 직업 활동을 병행하면서 다른 가족과 소통이 부족할 정도로 고된 삶을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은 이 범행 이전에도 아들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적이 있으나 아들이 저항해 실패한 적이 있다”며 “생존 의지를 보였던 피해자를 살해한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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