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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삿바늘 공포 끝날까…비만치료부터 백신까지 ‘붙이는 패치’로

입력 : 2024-10-04 15:14:18 수정 : 2024-10-04 15: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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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업계가 성장호르몬제부터 비만치료제까지 ‘마이크로니들’ 개발범위를 넓히면서 환자 복약 순응도와 편의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세한 바늘을 이용해 주성분을 혈관이 아닌 피부로 전달하는 마이크로니들은 피부에 패치를 붙여 약물을 전달할 수 있어 통증이 매우 적고 투약 순응도가 높아 기존 주사제형을 대체할 차세대 기술로 꼽히고 있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의약 R&D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크로니들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8년 5억7900만 달러(약 7785억원)에서 연평균 6.3%씩 성장해 2030년에는 12억390만 달러(약 1조6188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웅제약이 개발 예정인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패치. 대웅제약 제공

마이크로니들은 머리카락 3분의 1 두께의 미세 바늘이 도포돼 있어 주사제보다 통증이 적고, 경구제의 간 대사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유효성분 흡수가 빠르며 생체 이용률도 높다. 냉장 보관이 필요 없어 보관과 유통도 용이해 백신 등 바이오의약품과 합성의약품, 화장품 등까지 폭넓게 개발되고 있다. 

 

실제 국내 업체들도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적용한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대웅제약의 인성장호르몬(사람성장호르몬)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패치 임상 1상 시험 계획(IND)을 승인했다. 이번 IND 승인은 생물의약품이 담긴 마이크로니들 형태로는 국내 최초로 임상 계획을 승인받은 사례다.

 

인성장호르몬은 왜소증 등 성장호르몬이 결핍돼 나타나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필수 약물로 장기간 투약이 필요하지만, 그동안 개발된 피하 주사 방식의 주사제는 주삿바늘에 공포감을 가진 일부 환자가 투약을 꺼리거나 환자에게 통증을 유발하는 등의 단점이 있다. 대웅제약이 개발한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가로세로 각각 1cm 면적 패치 안에 약 100개의 미세한 바늘 형태로 약물이 담긴 것으로, 피부에 부착해 간편하게 투약할 수 있어 환자들의 편의성을 크게 향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웅제약은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한 비만치료제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대웅테라퓨틱스와 GLP-1(Glucagon-Like Peptide-1) 유사체를 탑재한 마이크로니들 패치 형태의 비만치료제 개발을 본격화 했다. 해당 제품 역시 GLP-1 유사체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계열 마이크로니들 패치 품목으로 임상 1상을 예정하고 있다.

 

대원제약과 라파스도 붙이는 비만치료제 ‘DW-1022’를 공동개발 중이다. ‘기적의 비만치료제’로 불리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의 주성분 세마글루티드를 탑재한 마이크로니들 형태의 패치제로, 현재 임상 1상을 승인 받은 상태다. 위고비는 1주일에 한 번 환자가 직접 배 또는 허벅지에 주삿바늘을 찔러 투약해야 하지만 패치제가 상용화될 경우 피부에 붙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통증 없이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위고비는 겉포장을 유지한 채로 차광 냉장보관(2~8도)을 해야 하며 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반면 패치제는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어 유통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패치제 파이프라인은 최근 백신 분야까지 넓어졌다. 의료용 마이크로니들 플랫폼 전문 기업 쿼드메디슨은 지난달 식약처로부터 B형 간염 백신 마이크로니들 패치 ‘QMV-24KRP’에 대한 IND 승인을 획득했다. 마이크로니들 플랫폼 기반 백신의 국내 첫 승인이다.

 

QMV-24KRP는 허가 받은 B형간염 백신 원액을 마이크로니들에 고형화해 탑재한 첨단바이오 융복합 제제다. 면역증강제 없이 피부 내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국소 면역과 전신 면역을 유도할 수 있다. 약물이 니들에 코팅된 타입으로 통증 없이 투약 순응도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콜드체인 보급이 어려운 저소득 국가에서도 B형 간염 백신 접종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국내 백신 시장 양대산맥인 SK바이오사이언스와 GC녹십자도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한 패치형 백신 개발에 한창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호주의 백신 플랫폼 개발 전문기업 백사스와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적용한 장티푸스 단백접합 패치백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GC녹십자는 미국 백세스 테크놀로지스와 패치형 인플루엔자 백신 ‘MIMIX-Flu’를 개발하고 있다. 앞서 백사스는 18~39세 건강한 성인 45명을 대상으로 백신 패치를 5분간 부착하도록 한 임상1상 결과 항체양전율과 방어항체 생성률이 각각 85%, 92%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2007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밝힌 인플루엔자 백신의 신속 허가 기준을 넘어선 수치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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