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둘러싸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꺼낸 ‘자사주 매입’ 카드를 두고 적법성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자사주 매입을 위한 고금리 단기차입은 회사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배임 행위”라고 주장하는 반면, 고려아연 측은 “이미 법원에서 배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자본시장 교란행위를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MBK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대 7% 고금리 2조7000억원 단기차입으로 주당 83만원에 자사주를 취득하겠다는 고려아연의 공개매수는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해 회사에 커다란 금전적 손실을 끼치고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배임 행위”이라고 주장했다.
MBK는 “2.2% 지분의 최 회장이 ‘경영권’아른 명분으로 지키고자 하는 회사에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불러일으키고 남아 있는 주주들의 주주가치 또한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고려아연에 대한 배임 행위”라며 앞서 법원에 ‘자사주 취득 공개 매수절차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영풍·MBK가 신청한 ‘자사주 취득 공개 매수절차 중지’ 가처분은 두 번째 가처분이다. MBK는 “첫 번째 가처분 신청은 고려아연이 (영풍의) 특별관계자가 아니기에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 기간 중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는 결정을 받았다”며 “그러나 그것이 어떤 조건, 어떤 방식으로든 마음대로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고 허락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MBK는 “대규모 자금 차입으로 고려아연이 부담하게 될 연 이자만 1500억∼1800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고려아연 부채 비율도 증가해 이미 예정된 투자 등을 위한 추가조달까지 고려하면 부채 비율은 지난 6월말 36.5%에서 연말 90∼100%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려아연은 MBK의 이같은 주장에 1차 가처분 신청 당시 판결문을 공유하며 “재판부를 우롱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판결문에선 영풍·MBK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가를 기존 66만원에 75만원으로 상향한 점을 근거로 “고려아연의 적정 주가를 현 단계에서 명확히 산정하기 어렵다”며 고려아연이 공개매수기간 중 높은 가격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 이사의 충실의무 및 선관주의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영풍·MBK 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고려아연은 재판부가 영풍 측이 제시한 모든 주장에 대해 기각했다고 강조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이 시세조종 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며, 회사에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판결문에선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시세조종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또 “채권자(영풍)가 제출한 소명 자료만으로 이 사건 자기주식 취득으로 인해 고려아연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다는 점이 소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고려아연은 “최근 법원의 가처분 재판 결과가 분명하게 존재하는데도 영풍·MBK 측은 허위사실과 거짓 왜곡으로 마치 법적 리스크가 남아 있는 것처럼 만들기 위해 같은 내용으로 가처분 신청을 재탕했다”며 “또 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해 거짓 정보들을 의도적, 인위적으로 유포시키며 자본시장 교란행위와 시세 조정성 행위를 서슴없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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