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남우주연상·각본상 받아
마크롱 “고인은 佛 영화의 기념비”
프랑스의 영화배우이자 감독, 시나리오 작가인 미셸 블랑이 72세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별세했다. 블랑은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을 나란히 수상한 드문 재능의 소유자였다.
4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블랑은 이날 새벽 파리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유족은 고인의 사인이 심장마비라고 밝혔다.
고인은 1952년 파리 교외의 쿠르브부아(Courbevoie)에서 태어났다. 고인을 일약 유명한 배우로 만든 작품은 1978년 개봉한 코미디 영화 ‘감자튀김 휴가’(Les Bronzes)였다. 이 작품에서 고인은 어색한 옷차림의 하모니카 연주자 ‘장 클로드 뒤세’ 역을 맡아 우스꽝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뒤세가 휴가지에서 하모니카를 불며 여성을 유혹하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모습은 관객에게 진한 유머와 더불어 애처로움마저 느끼게 한다.
34세 때인 1986년 고인은 영화 ‘이브닝 드레스’(Tenue de soiree)로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는 영예를 누렸다. 극중 고인이 맡은 배역 ‘앙투안’은 매사에 소극적인 성격의 젊은 남자다. 영화는 이런 앙투안이 우연히 전과자이자 교활한 사기꾼인 ‘밥’과 만나 한패거리가 되며서 차츰 변화하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그렸다.
고인은 1980년대 중반부터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로도 변신해 자신이 직접 쓴 각본을 갖고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다. 대표작은 그가 주연 배우, 감독, 각본 1인 3역을 맡은 1994년작 ‘엄청난 피로’(Grosse fatigue)다. 고인이 실명으로 연기한 ‘미셸 블랑’이 주인공인데, 어느 스타 배우가 불미스러운 모함을 뒤집어쓴 뒤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영화로 고인은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
대머리와 콧수염은 보기만 해도 폭소가 터지는 코미디 배우로서 고인을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그냥 웃음만 주는 게 아니라 유머를 통해 묘한 아픔과 비애를 자아낸다는 점에서 그에게 붙은 별명이 바로 ‘슬픈 광대’(sad clown)다. 정작 고인은 이 명칭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차라리 ‘걱정이 많은 광대’(worried clown)라고 불러줄 것을 요청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수십년 동안 프랑스인들의 사랑을 받아 온 이 코미디 배우의 사망 소식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추모의 뜻을 밝혔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고인을 “프랑스 영화의 기념비”로 규정한 뒤 “우리를 웃다가 울게 만들었고, 또 우리를 감동시켜 눈물을 흘리게 했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미셸 바르니에 총리도 “매우 슬프다. 고인은 우리를 웃게 만든 멋진 배우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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