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중 마트서 박씨 마주친 후 악화…두 달 후 스스로 목숨 끊어
박씨 “스스로 모텔 가, 옷 안벗으려 했을 뿐…어차피 한방이 없다”
“걔가 운전해서 갔지, 내가 운전했어요? 반항을 심하게 한 건 아니고, 그냥 안 벗으려고 하는 정도였지.”
오랜 지인 박씨와 운전연습…갑자기 충격에 빠진 후 자신이 12살→4살이라 주장
성폭행 후유증으로 정신연령이 4세가 됐다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여성의 비극이 전해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지인은 끝내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항공사 승무원 취업을 준비하던 김지민(가명)씨의 이야기를 다뤘다
늦둥이 외동딸로 사랑 받으며 자란 그녀의 비극은 지난 2021년 11월 어느 날 시작됐다. 당시 지민씨는 삼촌으로 부르며 부모와도 가까이 지내던 50대 박모씨(가명)와 함께 운전 연습을 했다.
집에 놀러온 박씨는 피곤하다며 지민씨 방으로 들어가더니 “심심하다”며 지민씨를 방으로 불렀다. 박씨를 믿었던 지민씨 어머니는 베란다에서 쓰레기 정리를 하고 있었으나, 곧 지민씨의 비명이 들려왔다.
지민씨는 베란다에 서서 대소변을 눌 만큼 정신적 충격에 빠진 상태였다. 이후 지민 씨는 “그 새끼가 할 짓 안 할 짓 다 했다. 성폭행 성추행 다 했다”라며 박씨를 가해자로 지목했다. 박씨가 30살 이상 어린 지민씨를 데리고 모텔 등을 다니며 유린했다는 것.
회복 중 가해자 마주친 두 달 후 사망…가해자는 “성폭행 아냐…어차피 증거도 없다”
이를 알게 된 지민씨 아버지에게 박씨는 “계획적으로 의도적으로 그런건 아니다. 모텔에 간 건 맞지만 합의하게 한 건 맞고 성관계는 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그날 이후 지민씨는 멍한 표정으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가 하면 자신을 12살이라고 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 당시 지민 씨를 직접 만난 심리전문가는 “처음 나이를 물었을 때 4~5살이라고 했다. 소변도 서서 눴다. 제가 그동안 만난 피해자 중에 이 정도로 심각한 피해자는 처음이었다”라고 말했다.
이후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지만, 지민씨의 진술이 없어 수사는 중단됐다. 검찰 측은 피해자가 회복하여 진술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봤다.
다행히 지민 씨는 한 달간의 정신병원 치료 끝에 퇴원했고, 느리지만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가 박씨와 마주친 후 증세가 재발하고 말았다. 박씨와 마주친 2달 후, 지민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민씨 부모님은 딸의 기억이 가까스로 돌아올 때면 어떻게든 녹음을 해뒀다고 한다.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지민씨의 일기장과 함께 1장 반 분량의 자필 메모도 발견되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박씨는 지민씨의 죽음이 자신과는 연관이 없으며, 성폭행도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지민씨를 죽인 건 자신이 아니라 지민씨의 아버지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지민씨 아버지와 통화에서 “걔가 운전해서 갔지, 내가 운전해서 갔냐”며 “옷을 안 벗으려 한 정도였다”고 지민씨가 원해서 한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씨 변호인 “원래 정신적 문제 있었을 것”…전문가 “해리 증상 가해자에 대한 기억 삭제 의도”
박씨 변호인도 똑같은 태도를 보였다. 그는 “저는 제가 확신이 들 때만 싸운다. 유죄가 나올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폭행당했다고 3세 아이가 될 정도로 정신이 다운된 경우는 본 적이 없다”라며 “그래서 정신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있나, 의심이 있고 관련 증거도 확보해 확인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사건 발생 2년 5개월 만인 지난 6월 박씨를 강간 치사와 강제 추행 등으로 구속했다.
이에 대해 박씨 변호인은 “이게 구속까지 될 일인가. 사건은 2021년 11월에 있었고 사망은 2023년 8월에 있었는데 이것 때문에 죽었겠는가”라며 “증거기록 안에서 멘탈 나가서 진료받은 게 있더라. 이 친구가 뭔가가 있나? 갸우뚱하게 만들더라. 그 전부터 징후가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며 박씨와 관계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로 지민씨는 학교 졸업 후 아울렛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고, 적응하지 못해 정신과 진료를 받은 이력이 있었다.
이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는 “누구나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고 한두 번 진료로 회복됐다면 평범한 수준인 거다”라고 말했으나, 해당 진료를 빌미로 박 씨 측은 지민 씨가 전부터 이상이 있었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신과 전문의는 지민 씨가 피해 후 퇴행한 것에 대해 “해리 증상이라는 건 반드시 왜 기억을 상실시켜야 하고 퇴행해야 하는지 시점이 의미가 있다”라며 “과거 이력을 봤을 때 가해자에 대한 기억을 삭제해야 한다면 초창기 그 사람이 없을 때로 가야 하기 때문에 그때로 돌아갔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PTSD를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건 그 사건 자체다. 충격인 일이 반복될 때,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강력하다”라며 “면식범처럼 신뢰가 있는 관계에서 이런 상황을 당할 때 배신감은 더 커진다. 배신 트라우마를 경험했을 때 PTSD가 나타날 심각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했다.
박씨는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성폭행해서 합의 본 게 아니고 도의적인 책임이 있기 때문에 돈을 많이 주면 안 되고 최고 상한가가 나는 천만 원이다. 걔한테 높이 합의 보면 볼수록 우리가 불리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마땅한 증거가 없다. 지민이 아버지의 진술밖에 없다. 사후에 편지 그거 가지고? 내가 봐서 거기 강제로 했다는 내용 자체가 있을 수가 없다”라며 “피해자 측은 한방이 없다. 나는 염려 안 한다. 나는 1심 때 충분히 나갈 거라고 본다”라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이 사건은 피해자 진술이라는 주요 증거가 없는 반면에 제일 강한 증거는 정황이다. 관계가 있었던 무렵에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해서 인지 장애라는 상해가 발생했고 또 그러다가 우연히 박 씨를 만난 바로 직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고. 이런 정황들이 사실은 이 남자로부터 강제적으로 뭔가 성관계를 당했겠구나 라는 추정을 강하게 하는 가장 의심스러운 요소이다. 그런 것들이 분명 참작이 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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