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분당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이모씨는 배추 가격 부담에 배추김치를 기본 반찬에서 뺐다. 최근 상추, 깻잎 등 채소 가격이 너무 올라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배추 한 포기 가격이 1만원에 육박해 양배추나 양상추 등의 대체재로 김치를 만들어 내놓고 있다”며 “손님들이 배추 김치를 계속 찾고 있지만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배춧값이 ‘금값’이 되면서 대체 채소가 인기를 끌고 있다.
포장 배추 김치도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깍두기 등 대체 상품의 수요가 늘었다.
10일 신세계그룹 계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7일 사이 양배추와 양상추 거래액이 각각 44%, 41%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가격이 뛴 배추 대신 양배추나 양상추 등 대체제로 수요가 옮겨간 것이다.
밑반찬 재료나 샐러드로 많이 쓰이는 양파(91%↑)나 케일(53%↑), 오이(31%↑), 파프리카(20%↑) 등도 잘 팔리고 있다.
포장김치 수요도 여전하다.
배추김치 대신 깍두기나 열무김치와 같은 대체 상품이 잘 나간다. 같은 기간 G마켓의 포장김치 품목별 거래액 증가율을 보면 깍두기가 820%로 가장 높았고 묵은지 120%, 열무김치 100%, 백김치 41% 등의 순이었다. 포장김치 전체 거래액 증가율(29%)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반면에 공급이 여의찮은 배추김치 거래액은 9% 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G마켓 관계자는 “배추 수급 문제로 포장김치 수요가 깍두기나 열무김치, 묵은지등의 상품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도 ‘종가 시원깔끔 포기김치’, ‘CJ 비비고 포기김치’ 등 일부 상품의 공급 물량이 달리는 상황을 고려해 대체 상품 비중을 높이는 추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달 말 가을배추가 풀리기 전까지는 일부 상품의 물량 이슈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전까지는 맛김치나 열무·총각김치 등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포기당 1만원에 육박했던 배추 평균 가격은 이달 들어 다소 떨어지는 추세지만 예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비싼 편이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배추 한 포기(상품) 평균 소매가격은 8758원으로 지난해(6937원)보다 26% 비싸다.
한편 ‘금배추’는 국회에서 열린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통상 정부를 감싸는 여당 의원들이 나서 정부의 배추 수급 예측과 가격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은 배추 한 포기를 들어 보이면서 “정부는 배추 등 농산물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했는데 예측을 잘못한 것 같다”며 “(현재) 배추가 추석 때보다 2000원이나 더 비싼데 시장 대책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도 “이미 지난 8월부터 언론에서 '금배추'를 예상했지만, 정부는 '9월 배추 가격은 8월보다 하락하고 평년 9월보다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지적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유난히 길었던 폭염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답변을 내놨다.
송 장관은 “추석이 9월 중순이었는데 추석 때까지도 고온이었다. 추석 무렵이면 날씨가 괜찮아져서 추석 지나 준고랭지 배추가 많이 출하될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이례적 고온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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