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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부터 공적 활동까지… 대제국 로마 통치자 재조명

입력 : 2024-10-12 06:00:00 수정 : 2024-10-10 19: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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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황제는 어떻게 살았는가/ 메리 비어드/ 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3만8000원

 

저명한 고전학자가 율리우스 카이사르부터 알렉산데르 세베루스까지 300여년에 걸쳐 로마제국을 통치했던 통치자 약 30명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조명한 책이다. 단순히 한 황제의 일대기가 아니라 한 집단으로서 황제가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 꼼꼼히 짚는다. ‘괴물 네로’, ‘미친 칼리굴라’,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 로마제국 통치자들에 대한 전형적인 통념을 뒤집고 새로운 방식으로 그들을 살펴본다. 한때 스코틀랜드에서 사하라까지, 포르투갈에서 이라크까지 뻗어 있는 영토를 다스렸던 황제가 어디에서 살았고 무엇을 먹었는지, 누구와 잠을 잤고 어떻게 여행했는지,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이 그들의 권력을 추구했는지 등의 질문을 던지며 그들의 실체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흥미로운 일화와 날카로운 통찰, 풍성한 시각 자료가 담겨 술술 읽힌다.

 

메리 비어드/ 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3만8000원

책에 따르면, 황제의 실제 모습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는 곳 중 하나인 식사 자리는 황제 통치의 긴장과 관대함을 드러낸다.

식사 모임과 인사의 형식을 매우 따졌던 티베리우스(아우구스투스의 양자, 서기 14∼37년 로마제국 통치)는 식후 퀴즈 놀이의 답을 알아맞힌 사람과 관계를 끊었고, 나중에 자살 명령까지 내렸다. 이 황제는 그날 자신이 읽은 것에 대한 문제를 내는 버릇이 있었고, 운 나쁜 희생자는 미리 궁궐 사람들을 통해 티베리우스의 독서 목록을 입수해 그를 이기려고 했다.

저자는 황제들의 집과 여행지는 물론 경기장, 장례식장 등 그들이 머물렀던 곳의 흔적과 당시 상황을 추적하며 자극적인 이야기에 가려진 황제의 일상적 현실을 포착한다.

아울러 제국의 운영을 가능하게 만든 많은 사람도 독자가 만날 수 있도록 했다. 황제의 궁궐에는 황제 가족을 비롯해 노예와 해방노예, 아첨꾼, 참모가 있었다. 저자는 궁궐 유적에서 발견된 낙서, 노예들의 비문, 돌에 새겨진 황제의 편지를 통해 궁궐의 노동을 책임졌지만 감춰진 존재들을 추적한다. 황제를 한 인간으로서 온전히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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