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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사물놀이 공연 즐기는 천안의 가을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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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13 19:06:31 수정 : 2024-10-13 20: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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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립흥타령풍물단 이동녕 선생 생가지서  ‘석오낙락’ 공연/사물놀이 장단 ·버나놀이 묘기쇼에 흥이 절로/태조산 짚코스터 ‘짜릿’/빵지순례 명소 뚜쥬루 빵돌가마 마을도 인기

 

천안시립흥타령풍물단 ‘석오낙락’ 공연.

 

“얼씨구~” 꽹과리를 잡은 상쇠가 추임새를 넣자 사물놀이패의 장단이 천천히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장단이 요동치듯 가파르게 빨라지기 시작하면 이제 버나잡이들이 묘기를 부릴 차례. 마당 한 가운데로 등장한 버나잡이들이 막대 위에서 뱅글뱅글 돌아가는 버나를 던질사위로 주거니 받거니 하자 “우와~”하는 관객의 탄성이 쏟아진다. 우레 같은 박수에 버나잡이들은 더욱 신이 났다보다. 막대기 2개를 길게 연결해 푸른 하늘 높이 들어 올리니 떨어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한 묘기에 손발이 짜릿하다. 신명나는 놀이가 한바탕 펼쳐지는 천안 이동녕 선생 생가지 한옥 마당으로 들어서자 몸안에 감춰진 끼가 나도 몰래 흥을 부르며 어깨춤이 절로 난다.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창환 기자
세계일보 여행면. 편집=김창환 기자

◆마당 문화 즐기는 ‘석오낙락’

어린시절 집 마당에서 뛰어놀던 시간을 기억한다. 대문을 들어서면 백구가 달려들며 반갑게 맞아주고 문간방에서 흘러 나온 메주 띄우는 냄새가 마당까지 퍼져 코를 싸매야 했던 추억들. 늘 열린 대문으론 옆집 아이들이 제집처럼 멋대로 드나들었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만화책을 보거나 딱지치기, 공기놀이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요즘은 콘크리트 아파트가 주거지를 점령해 빛바랜 추억으로만 남은 풍경들이지만 한국인의 삶에 마당을 빼놓을 수 는 없다.

그런 잊힌 마당 문화를 되살리는 공연이 충남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이동녕 선생 생가지에 펼여지는 ‘석오낙락’이다. 석오 이동녕 선생은 3.1운동 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의 주역이며 임시의정원 초대의장이자 임시정부 주석으로 활약한 독립운동사의 거장. 그가 태어나고 나란 생가지에서 펼쳐지는 공연이기에 ‘석오와 함께 노닐다’는 의미를 공연 이름에 담았다.

천안시립흥타령풍물단 ‘석오낙락’ 공연.

공연은 점점 사라져가는 마당 문화 보존에 힘을 기울이는 천안시립흥타령풍물단이 진행한다. 천안 쌍용동의 토착민이자 중요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 이돌천 선생을 중심으로 1987년 창단된 풍물단은 제22회 전국 농악 명인 경연대회 명인부 단체 대상과 제21회 전국 웃다리농악경연 대회 종합대상 수상했을 정도로 수준 높은 공연을 선사한다. 2007년에는 경기·충청 지역을 대표하는 웃다리 농악의 중요한 축인 천안방축골농악도 복원 및 재현했다.

공연팀은 매년 봄·가을 이동녕 선생 생가지에서 전통예술 명풍공연을 펼치는데 가을 공연은 이달말까지 매주 목요일 오전 11시20분에 진행된다. 무엇보다 아주 작은 마당에 관객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공연이 진행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무대는 짚석이 깔린 마당이 전부다. 객석도 따로 없다. 안방과 사랑채, 문간채 툇마루가 전부다. 한낮에 야외에서 펼치는 공연이다 보니 연기자들의 숨소리와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는 땀방울까지 생생하다.

천안시립흥타령풍물단 ‘석오낙락’ 공연.

공연은 씻김설장고로 문을 연다. 경기, 충청, 호남, 영남의 장구가락을 집대성한 삼도설장구 가락을 기본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진도씻김굿의 가락구성과 소리를 혼합했다. 망자의 천도를 구하는 애절한 소리와 삼도설장구의 음악적인 요소가 다양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어 신명나는 사물놀이가 펼쳐진다. 꽹과리, 징, 장구, 북으로 구성된 사물이 남풍물, 짝드름, 웃다리풍물, 설장구놀이, 영남풍물 등을 연주한다. 이어 농악놀이의 각 치배(악기군)들이 기량을 뽐내는 연희 형태의 개인놀이가 이어지는데 꽹과리부포놀이, 설장고놀이, 소고놀이, 버나놀이, 열두발상모놀이가 흥을 돋운다. 특히 버나놀이는 등은 관객도 참여해서 버나잡이와 버나를 주고 받는 묘기를 배울 수 있다.

 

이동녕선생 동상.

◆이동녕선생 기념관

이동녕 선생의 삶은 생가지와 기념관에서 고스란히 살아 숨쉰다. 생가지 입구에는 선생께서 독립을 향한 강한 의지로 자주 인용했던 ‘산류천석(山溜穿石)’이 적힌 휘호석이 세워져 있다. ‘산에서 흐르는 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뜻이다. 인근 기념관에선 석오이야기, 연보를 통해 선생의 생애와 교육자, 언론인, 개화인권가로서 선생의 사상을 엿볼 수 있다. 선생의 친필휘호, 친필서신, 임시정부 문서, 초상화, 사진 등의 귀중한 유품도 전시돼 있다. 근처에 왜가리 서식지로 왜가리를 관찰할 수 있는 관찰대가 설치돼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이동녕선생 기념관.
이동녕선생 기념관.

이동녕 선생은 독립협회 가입을 시작으로 언론·교육활동, 청년회 조직 등을 통해 개화민권, 항일구국운동을 펼쳤고 조국의 독립과 민권국가 건립에 전 생애를 바쳤다. 을사조약 체결 때 연좌데모 투쟁을 벌이다 옥고를 치른 뒤 북간도 용정촌으로 망명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항일민족교육기관인 서전서숙을 설립해 독립운동 인재를 양성했고 귀국 후 신민회 조직에 참여했다. 특히 임시의정원 초대의장으로 국호, 임시헌법, 관제제정, 민주공화정부수립을 선포했고 국무총리, 국무위원, 주석 등의 중책을 맡아 어려운 시기 임시정부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태조산 짚코스터.

◆태조산 짚코스터 짜릿하게 즐겨볼까

요즘 지자체마다 너도나도 짚라인을 여행상품으로 앞다퉈 내놓고 있지만 태조산 산림레포츠단지 짚코스터는 스릴의 강도가 남다르다. 직선 구간을 질주하는 기존 짚라인에 롤러코스터를 결합했기 때문이다. 510m에 달하는 곡선형 활강시설 출발선에 서자 벌써 다리가 후들거린다. 조교의 신호와 함께 출발한 짚코스터는 매우 빠르게 공중을 가르며 태조산의 울창한 나무 위를 날아간다. 급회전을 하는 구간에 들어서니 몸이 원심력으로 튕겨져 나갈 것 같아 온몸이 짜릿짜릿하다. 숲과 레포츠가 결합된 태조산 산림레포츠단지는 짚코스터외에도 50분 동안 이용 가능한 350㎡의 공중네트, 숲 모험 시설 등 다양한 산림 레포츠 시설을 즐길 수 있다. 청소년용 숲 모험시설은 초등학교 6학년 이상이 이용할 수 있는 레포츠 시설로 총 22코스로 구성됐다. 어린이 숲 모험시설은 만 5세 이상 초등학교 5학년 이하 어린이들이 이용할 수 있으며 10코스로 구성됐다. 미취학 아동은 보호자를 동반해야 하며 이용료는 무료.

태조산 짚코스터.

무장애나눔길도 잘 만들어져 있어 편안하게 산책하기 좋다. 숲속에 1.4㎞, 노폭 2m의 데크로드와 황토포장길을 조성했는데 경사도 8% 이하의 산책로로 만들어져 휠체어 사용자, 어린이, 노약자 등 보행 약자들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숲속을 거닐며 가을날의 정취를 만끽하기 좋다. 노천카페, 휴게음식점 등 각종 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어 가을 나들이에 안성마춤이다.

광덕사 호두나무.

◆순대 먹을까 호두과자 먹을까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 왔어요~” 어린시절 아버지 손잡고 기차를 타면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객실 통로를 오가는 수레에는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먹거리가 푸짐했기 때문이다. 덜컹거리는 좌석에 앉아 김밥과 삶은 계란에 콜라를 곁들이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 기차가 천안쯤을 지날때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먹거리는 바로 호두과자. 갓 만들어 따끈따끈한 호두과자 한입 베어 물면 달콤한 앙금에 미소가 저절로 번졌다. 천안이 호두과자로 유명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에 전래된 호두 시조나무가 천안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동남구 공덕면 광덕사 입구로 들어서자 계단 옆으로 한눈에도 신비하게 생긴 거대한 나무가 느름하게 버티고 서 있다. 수령 40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호두나무로 높이 18.2m에 달한다. 지상 60㎝의 높이에서 두 개 줄기로 갈라졌는데 가슴높이의 둘레가 각각 2.62m, 2.50m에 달한다. 문화적·생물학적 자료로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호두나무 앞에는 나무의 전설과 관련된 ‘유청신 선생 호두나무 시식지’라 적힌 비석이 세워져 있다. 전설에 따르면 약 700년전인 고려 충렬왕 16년(1290) 9월 영밀공 유청신 선생이 중국 원나라에 갔다가 임금의 수레를 모시고 돌아올 때 호두나무의 어린 나무와 열매를 가져왔다. 그는 어린 나무는 광덕사에 심고, 열매는 고향집 뜰 앞에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광덕사 호두나무가 그 때 심은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마을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호두가 전래된 시초가 된 곳으로 여겨여 이곳을 호두나무 시배지로 부르고 있다.

광덕사 전경.

광덕사는 신라 27대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하고 진산대사가 중건한 절로 한때 경기, 충청지방에서는 가장 큰 절이었다. 하지만 임진왜란때 불타버렸고 그 이후에 대웅전과 천불전을 세웠다. 고려 초기 작품으로 보이는 3층 석탑이 남아 있고 팔각 형태의 지붕을 삽입한 종각의 독특한 건축양식이 눈길을 끈다. 1997년 보물로 지정된 조선시대의 괘불도도 만난다.

병천면 순대.
병천면 순대국밥.

천안에 왔으니 순대도 놓치면 후회한다. 병천면 아우내순대길로 들어서자 길 양옆으로 순대집 20여곳이 늘어서서 손님들을 유혹한다. 1994년부터 영업중인 노포 아우내 먹거리순대로 들어서자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아주 얇은 피에 부드럽게 다진 고기와 당면으로 속을 채운 순대는 씹을 것도 입에서 사라진다. 작은창자를 써 돼지 특유의 누린내는 전혀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간이다. 일반 순대집의 퍽퍽한 식감과 달리 부드럽고 쫀득쫀득해 자꾸 손이가게 만든다. 국물이 모락모락 오르는 순대국밥은 사골을 뽀얗게 우려내 깊이감이 남다르다.

뚜쥬루 빵돌가마 마을.

순대국밥까지 배부르게 먹었지만 천안에는 유명한 먹거리 하나 더 남아있다. 대전에 성심당이 있다면 천안에는 빵지순례 명소 뚜쥬루 빵돌가마 마을이 있다. ‘느리게, 더 느리게’를 슬로건으로 방부제, 색소, 광택제 등 화학첨가물을 배제한 건강한 빵을 만들며 20년동안 노하우를 다진 ‘팥 장인“이 100% 국산 팥을 매일 직접 끓여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2013년 국내 최초, 최대 규모의 빵돌가마를 도입해 ‘겉바속촉’의 식감이 끝내준다. 시그니처 메뉴는 천연효모를 14시간 이상 발효시켜 만든 거북이 빵과 돌가마만주. 빵 전문관, 빵마을 카페 등이 동화속 마을처럼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어 커피와 빵을 즐기며 느긋한 가을 풍경을 만끽 할 수 있다.

천안흥타령춤축제2024. 천안시 제공

 ◆천안흥타령춤축제 2024 막내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한 문화 관광축제 천안흥타령춤축제2024는 9월 25∼29일 천안종합운동장 및 천안시 일원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올해로 20회를 맞는 천안흥타령춤축제2024는 총 55개국 4000여명의 해외 무용단 및 방문단이 참여해 축제 개최 이래 최대 규모로 열렸다. 축제는 해외 무용단 환영식과 개막식을 시작으로 국제춤대회, 전국춤경연대회, 코리아국제무용콩쿠르 갈라쇼, 거리댄스 퍼레이드, 국제스트릿댄스챔피언십 등 다양한 경연이 진행됐다.

천안흥타령춤축제2024. 천안시 제공

세계 최고 수준의 해외 무용단이 한자리에서 펼치는 글로벌 춤 경연대회인 국제춤대회는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29개국 30팀이 참여해 다양한 춤과 퍼포먼스, 음악, 의상을 선보였다. 특히 올해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스트릿댄스 장르의 국제스트릿댄스챔피언십 대회를 신규로 개최했으며 대한민국과 대만, 일본,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7개국 16팀이 참여했다. 총 93팀이 참여한 전국춤경연대회와 전국대학 무용 경연대회, 전국대학 치어리딩대회도 진행됐다.

천안흥타령춤축제2024. 천안시 제공

축제 대표 프로그램인 거리댄스퍼레이드는 국내외 총 50팀 약 2000여 명이 참여해 천안시 신부동 신세계백화점 일대에서 춤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즉석에서 참여할 수 있는 막춤대첩과 읍면동 문화예술마당,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어린이 공연, 축제장 곳곳에서 열리는 프린지 공연 등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특히 개막식에는 천안시립무용단의 주제공연을 시작으로 해외팀과 지난해 전국춤경연대회 수상팀의 공연, 가수 코요태, 에잇턴, 라잇썸, 권은비, 송가인 등의 축하공연과 불꽃놀이가 이어졌다.


천안 글·사진=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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