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에 목숨 걸었다"…허리케인 한복판서 생중계한 美 스트리머

허리케인 대피 경보 무시한 채 호수 뛰어들어
'200명 사망' 헐린 때도 텐트 치고 라방…"청구서 갚았다"

허리케인 속에서 라이브 방송 진행한 미국 스트리머.엑스(X·옛 트위터) 캡처

지난주 미국 남동부 플로리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밀턴’으로 최소 16명이 사망한 가운데, 한 온라인 방송 스트리머가 대피 경보를 무시하고 야외에서 생방송을 진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허리케인 밀턴이 상륙한 지난 9일 미국의 스트리머 마이크 스몰스 주니어는 플로리다주 탬파시에서 에어 매트리스 하나와 우산, 라면 한 봉지를 들고 바람이 강하게 몰아치는 야외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강풍이 불고 폭우가 쏟아지는 호숫가에서 온라인 플랫폼 ‘킥’(Kick)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켰고, 시청자들에게 조회수 1만명을 넘으면 매트리스를 들고 물 안에 들어가겠다고 공약했다. 이후 조회수 1만명이 넘자, 그는 약속한 대로 매트리스 위에 올라탄 채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마이크는 BBC와 인터뷰에서 당시 물에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걱정됐다면서 “바람이 세지기 시작했는데 나는 수영할 줄을 몰랐다. 그래서 나무를 붙잡아야 했다”라고 전했다.

이날 마이크가 진행한 1시간가량의 라이브 방송은 ‘킥’에서만 6만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후 엑스(X·옛 트위터) 등 다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영상이 공유되며 수백만회의 조회수를 달성했다.

그가 방송을 진행할 당시, 해당 지역에는 대피 경보가 내려져 있었다. 이에 대부분 주민은 집에서 나와 대피 장소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의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그가 방송을 위해 자신의 목숨뿐 아니라 구조대원의 안전까지도 담보로 한 위험한 행동을 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마이크가 이처럼 무모한 라이브 방송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그는 지난달 허리케인 ‘헐린’이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플로리다 등 미국 6개 주를 휩쓸 당시에도 텐트를 들고 나가 5시간 넘게 야외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바 있다.

마이크가 이처럼 목숨을 담보로 한 라이브 방송을 하는 이유는 방송을 통해 얻는 수익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가 이번 방송으로 정확히 얼마를 벌어들였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스트리머에 따라 시간당 약 300~400달러(약 40만~54만원) 정도를 벌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최근 방송으로 몇몇 청구서를 갚을 만큼 충분한 돈을 벌었다고 언급했다.

BBC는 “최근 라이브 스트리밍이 콘텐츠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짧은 시간 안에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관심을 끌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이크처럼 무모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마이크는 자신의 방송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콘텐츠 제작자의 입장에서 볼 때 사람들은 아슬아슬한 것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만 맞다면 위험한 행동을 또 할 수도 있다”며 “내가 또 허리케인 생방송을 한다면 나를 구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탬파 경찰서는 성명을 통해 “대피령을 무시하면 자신의 안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생명을 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구조대원의 안전도 위협할 수 있다”며 “다른 사람들을 위한 중요한 구조 작업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주 플로리다주를 관통하고 지나간 허리케인 밀턴으로 최소 16명이 사망하고 수백만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또 지난달 말 허리케인 헐린의 영향으로 200명이 넘게 숨지면서 최근 50년간 미국 본토를 강타한 허리케인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희생자를 냈다.

김지수 온라인 뉴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