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으로 기소된 경찰 간부 중 최고위직인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의 1심 무죄 판결에 유족들은 17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검찰의 항소를 강력히 촉구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논평에서 “국민 생명 지키기에 공직자의 책무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국가 책임자와 사회 구성원에게 일깨울 기회를 저버렸다”며 이같이 날을 세웠다. 이어 “피고인들은 단순히 업무 태만이 아니라 재난 상황에 처하거나 처할 수 있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기본 의무를 저버려 수많은 생명을 잃게 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청장과 함께 류미진 전 112 서울청 인사교육과장 그리고 정대경 전 112 상황팀장 3인 무죄 판결에 단체들은 “검찰의 부실 수사와 법원의 소극적 법 해석으로 책임자 처벌은 지연됐고, 피해자 권리는 또 한 번 침해당했다”며 “검찰은 즉시 수사를 보강해 항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는 “우리는 희생자들의 영정 앞에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우리는 다시 법정 안팎에서 이들의 죄가 인정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권성수 부장판사)는 같은 날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참사 당일 서울청 상황관리관으로 당직근무를 해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류 전 과장과 정 전 팀장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경찰 등의 대응이 국민의 일반적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 사건 사고 발생이나 확대와 관련해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이나 인과관계가 엄격히 증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김 전 청장이 ‘대규모 인파사고가 발생할 여지도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나 그와 관련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정보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핼러윈 축제에 앞서 서울청 내 부서장과 경찰서장 등에게 내려진 김 전 청장의 점검과 대책 마련 지시를 언급한 뒤, “전체 내용과 조치를 보면 합리적 수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인 지시에 불과했다고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고 재판부는 부연했다.
참사 당시 용산경찰서장의 전화 보고로 사고를 인지한 직후, 서울청 경비과장에게 가용 부대 급파 지시를 내린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참사 발생 이후 김 전 청장의 업무상 과실로 사건 사고가 확대됐다고 볼 수도 없다는 결론을 재판부는 내렸다. 검찰은 김 전 청장에게 금고 5년, 류 전 과장과 정 전 팀장에 대해선 각각 금고 3년, 금고 2년 6개월을 구형했었다. 치안정감이던 김 전 청장은 이태원 참사 대응과 관련해 징계(정직) 처분을 받음에 따라 지난 6월 의원면직(사직) 처리됐다.
류 전 과장과 정 전 팀장이 제때 위험도에 맞게 대응하지 않은 혐의 등이 있다고 검찰이 본 것과 달리, 재판부는 이 부분도 무죄로 판단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