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빈손 면담'에도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 요구 등 기존 행보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와 친한계는 '국민 눈높이'를 명분 삼아 대통령실을 계속 압박하는 분위기다. 계파 모임을 하는 등 당내 세력화도 본격화 하는 모양새다.
한 대표는 22일 인천 강화군 강화풍물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국민의힘이라는 우리 당 이름을 참 좋아한다"며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 우리는 국민의힘이 되겠다. 국민에게 힘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는 윤 대통령과 면담 이후 첫 공식 발언이다. 나빠지고 있는 민심과 여론 등을 근거로 윤 대통령에게 건의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 공개 활동 중단, 의혹 사항별 설명 및 해소, 특별감찰관 임명 등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대표는 같은날 친한계 의원 22명과 긴급 만찬 회동도 하고 윤 대통령과의 면담 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번 만찬은 대통령실이 윤·한 면담 내용을 브리핑한 이후 추진된 것으로 알려진다. 친한계가 면담 직후 만찬 회동이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세결집'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음에도 한 자리에 모인 것은 그만큼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친한계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구를 사실상 모두 거부한 면담 결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면담장 좌석 배치 등을 두고 '한 대표 홀대'라는 불만도 내비쳤다.
한 대표는 이날 친한계와의 만찬에서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결속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앞서 친한계 인사들의 텔레그램 단체방에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면담한 직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불러 만찬했다'는 내용을 알리며 불쾌감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계 당직자는 23일 뉴시스에 "윤 대통령이 한 대표 요구를 적어도 하나는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적어도 김 여사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사과를 하고, 특별감찰관 정도는 받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고 했다. 이 당직자는 "지금은 죽이 되는 밥이 되든 김 여사 문제를 풀고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김 여사 문제를 감싸고 덮어서 두엄더미처럼 푹 썩어버렸다. 나중에 폭발하면 아예 끽 소리도 못하고 다 죽게 된다. 동의하는 의원들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다른 친한계 당직자는 "한 대표는 국민 눈높이를 보면서 가던 길을 계속 갈 것"이라며 "한 대표는 민심을 받든다는 생각 하에 행보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실이 안 받는다고 해서 한 대표가 중단을 하거나 유턴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또 다른 친한계 인사도 "국민 눈높이에서 지적할 건 지적하고 감쌀 건 감싸면서 최선을 다해서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 대표는 23일 오전 당대표 취임 이후 첫 확대 당직자 회의를 주재한다.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서범수 사무총장, 최고위원 전원, 한 대표가 임명한 친한계 당직자 등이 모두 자리할 예정이다.
한 당직자는 뉴시스에 "한 대표가 당내 업무와 관련해 스킨십을 늘리고 소통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또 같은날 오후에는 10·16재보궐선거에서 예상 밖 압승을 거둔 부산 금정을 찾아 감사 인사를 할 예정이다.
친한계 한 의원은 "당정이 결별할 수는 없다. 한 대표는 당정을 살리기 위해, 민심을 위해서 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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