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학부모단체연합(전학연)은 22일 “‘19금 성인영화’가 ‘아카데미상’을 받았다고 해서 청소년 관람 가능 영화가 될 수 없다”며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소설가 한강 ‘채식주의자’의 전국 초·중·고 도서관 비치를 강력히 반대했다.
전학연은 이날 성명에서 “영화에 관람 불가 등급이 있듯 도서에도 미성년 보호를 위해 연령 제한이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한강의 책을 읽은 후 어른에게도 추천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도 대단히 많다”고 했다. 아울러 일부 표현을 들어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의 책을 노벨상 작가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초·중·고 도서관 비치 시도에 학부모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날을 세웠다.
단체는 “한강 작가의 저서를 읽어보지 않은 국민 대부분은 실제 작품의 내용은 알지 못하면서도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만으로 대단히 기쁜 마음이었을 것”이라며, “누가 봐도 청소년 유해 매체물인 내용 책을 노벨상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미성년인 학생들에게 권장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거듭 따졌다. 이들은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것이나 음란한 것’ 등이 포함되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해야 한다는 청소년보호법을 근거로 들었다.
전학연은 각 학교 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의 ‘채식주의자’ 비치 반대 서명을 받고 있으며, 22일 오후 7시 기준 개인 1만474명에 단체 195개가 서명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같은 날 국회 교육위원회의 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도 ‘채식주의자’가 지난해 경기 지역 한 학교 도서관에서 성 묘사 문제로 폐기된 데 따른 논쟁이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의 사과 요구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각 학교 도서관운영위원회(도서관운영위) 자율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잘못된 게 있다면 시정할 기회를 갖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유해한 성교육 도서 같나”라며 일종의 ‘찍어내기’ 아니냐는 지적에 임 교육감은 “깊은 사고가 들어있는 작품”이라면서도 일부 표현을 들어 “학생들이 보기에 민망할 정도라고 느끼면서 읽었다”고 답했다. 정을호 민주당 의원은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이 도서관운영위에서 임의로 가져다가 쓸 기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 주체인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여성가족부 산하 단체이므로 엄연히 다르다는 얘기다.
각 학교 도서관운영위가 자율적으로 문제 되는 도서를 선정했다는 임 교육감 설명에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정말 대단하고 기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읽게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도 교육청은 지난해 9~11월 각 교육지원청에 청소년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이 담긴 공문을 전달하면서 각급 학교가 도서관운영위를 열어 유해 도서를 정하게 했다. 약 2490개교가 총 2517권을 성교육 유해도서로 판단해 폐기했다. 한 학교는 일부 성과 관련된 내용이 학생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해 ‘채식주의자’를 폐기했으며, 다른 두 학교에서는 열람을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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