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투표로 승부 가리는 ‘작곡 대전’ 콘서트…신진 작곡가 5명, 16세기 조선·중국·일본·대만·인도 주제곡 창작
2002년 출시된 인기 온라인 게임 ‘천하제일상 거상’의 배경 음악과 삽입곡을 국악관현악으로 재창작해 듣는 자리가 마련된다. 이 작업에 참여한 작곡가 5명의 음악을 대상으로 경연 대회가 열리며, 곡 완성도와 게임 이용자 반응 등이 좋을 경우 해당 곡이 실제 게임에 적용될 수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11월 29~30일 관현악시리즈Ⅱ ‘음악 오디세이: 천하제일상’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국립국악관현악단과 ‘천하제일상 거상’ 게임업체가 손잡은 게임음악 콘서트다. 16세기 아시아를 배경으로 무역과 전투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최고의 상인이 되는 과정을 다룬 온라인 게임 ‘천하제일상 거상’ 속 5개 필드(조선·일본·대만·중국·인도)의 새 주제곡이 연주된다.
△강한뫼(조선, ‘안녕’) △성찬경(중국, ‘사랑에 빠진 차우차우’) △장태평(일본, ‘파랑 파랑’) △정혁(대만, ‘절벽의 섬’) △홍민웅(인도, ‘신화의 숨결’) 작곡가가 색 작품들을 선보이고, 공연 당일 관객의 실시간 현장 투표로 ‘작곡 대전’ 승부가 가려진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작품은 앙코르 무대에 오르고, 게임 제작사인 에이케이인터렉티브로부터 상금 300만원도 받는다.
이들 작곡가는 31일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형식의 국악 공연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재 SM 클래식 소속 작곡가로 활동 중인 강한뫼는 “20여년 역사의 한국적 토종 게임이라는 점, 음악에 국악기를 활용한 점에 흥미를 느껴 참여했다”며 “‘안녕’은 아무 탈 없이 편안한 상태를 의미한다. 모든 사람의 안녕을 비는 마음에서 세종대왕이 작곡하신 ‘여민락’을 중요하게 활용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작곡가이기도 한 성찬경은 “저도 ‘천하제일상 거상’을 즐기는 유저(이용자)였다”며 “게임 속 사냥터에서 누구나 마주치게 되는 중국의 토종견 차우차우가 조선의 토종견 진돗개를 보고 사랑에 빠졌다는 나름의 상상을 세레나데 형식으로 풀었다”고 소개했다.
경기시나위 오케스트라 부지휘자인 장태평은 “‘파랑’은 평화를 염원하는 소망을 담은 단어다. 일본 전통 음계와 리듬을 활용하고, 고토와 샤미센 등 일본 전통악기도 사용해 최대한 일본특유의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정혁은 “게임음악에 내재된 정서를 국악관현악 사운드로 표현하기 위해 고심했다. 어렵지만 즐거운 경험이었다”며 “울창하고 장엄한 숲, 웅장한 위엄을 지닌 거대한 절벽, 드넓게 펼쳐진 신비로운 바다의 풍광 등 대만의 지형적 특징을 음악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개인 일정으로 이날 간담회에 불참한 홍민웅은 사전 녹화 영상을 통해 “힌두 신화 속 라바나, 비슈누, 시바 세 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했다”며 “인도 음악과 국악관현악이라는 이질적 요소들이 이뤄낼 조화와 음악적 확정을 기대해달라”고 했다.
미국 아스펜 음악제에서 로버트 스파노 지휘자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은 김유원이 지휘봉을 잡고, 국내 게임업계에서 명곡으로 꼽히는 ‘거상’의 로그인(접속) 배경음악이 손다혜가 작·편곡한 ‘새로운 세계’로 재탄생해 공연 문을 연다.
에이케이인터렉티브 정세훈 이사는 “16세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인 만큼 국악관현악단과의 협업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새로운 예술경험을 선보이고자 한다. 게임 유저와 국악 애호가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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