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 강의실에 1970년대 많이 들었던 ‘새마을 노래’가 구릿빛 외국인 입을 통해 울려 퍼진다. 합창 주인공들은 호주 북쪽의 남태평양 주요 섬나라 파푸아뉴기니의 은가이 베나 주(州)에서 온 공무원 20명. 이들은 새마을운동중앙회가 개발도상국의 새마을사업 추진 역량 강화를 위해 마련한 9박10일간의 연수를 마무리하는 수료식에서 한국어 가사의 새마을 노래를 우렁차게 불렀다.
파푸아뉴기니 공무원들은 새마을운동의 본고장에서 ‘우리도 한 번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 아래에서 근면, 자조, 협동의 정신을 직접 배우러 5000㎞ 떨어진 낯선 땅을 찾아왔다. 새마을운동 개론 강의를 듣거나, 농업기술 향상을 위해 현장견학도 하고, 국립중앙박물관, 한국민속촌을 방문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한국문화의 원류(源流)를 체험했다.
지난달 25일에는 충남 공주시의 가축분뇨자원화 시설을 방문했다.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지역환경 개선 프로그램 주(州) 책임자인 사이먼 페콘(41)씨가 한 장면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연신 카메라로 촬영하며 꼼꼼하게 기록을 한다. 그는 “가축 분뇨를 재활용해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쓸모 있는 것으로 바뀌는 과정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푸아뉴기니에서는 밭에 퇴비만 주고 제대로 관리할 줄을 몰라 귀중한 작물이 말라죽는 경우가 많다”며 “귀국하면 축산환경관리원 측이 알려준 대로 적정 비율로 퇴비를 만들어 작물에 거름을 줄 계획”이라고 했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1973년부터 지난해까지 50년 동안 150개국 6만6000여명을 대상으로 새마을지도자 양성을 위한 연수를 실시했다. 올해도 15개 과정에서 45개국 653명이 국가별, 과정별 맞춤형 교육을 받는다.
중앙회는 그동안 동남아 라오스, 아프리카 우간다 등 22개국 118개 시범마을 조성 사업을 지원해 자립역량 강화와 마을환경개선, 소득증대에도 큰 역할을 했다. 2016년에는 세계 46개국의 새마을회를 하나로 연결한 국제적 네트워크인 새마을운동 글로벌리그(Saemaul Uudong Golbal League)를 결성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고 지구촌 곳곳의 새마을회원단체들이 연대해 자립적 공동체 기반을 구축한다는 것이 목표다. 김광림 중앙회장은 “많은 개도국이 새마을시범마을사업을 통해 새마을운동의 효과를 체감하면서 추가 지정을 요청하고 있다”며 “지난해 중앙회를 방문한 아프리카 탄자니아 총리도 한국의 새마을운동 노하우와 농촌 개발 경험을 자국에서 적극 추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다.
수료식에서 만난 파푸아뉴기니 공무원은 이렇게 말했다.
“스스로 변화하지 않고 가만히만 있다면 점점 더 가난해질 겁니다. 대부분 파푸아뉴기니 국민은 땅을 가지고 있으니 새마을정신대로 직접 개간하고 열심히 농사짓는다면 우리도 잘살 수 있을 겁니다.”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