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추진·의사 결정 미흡 확인
투자자에 중대한 오해 발생 해당”
유증 효력 정지… 연내 진행 불투명
지속 검사 예고에 철회 가능성도
MBK·영풍 측에 지분 밀리는 상황
‘공공성’에 타격 입어 악영향 관측
‘캐스팅보트’ 국민연금 등 돌리나
고려아연, 현금 유동성 확보 나서
금융감독원이 6일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 신고를 요구하면서 경영권 사수에 총력을 다하는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와의 표 대결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금감원의 요구에 따라 유상증자 추진 자체가 부적정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을 비롯해 투자자마저 등을 돌릴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자충수를 뒀다는 평가다.
금감원은 이날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위해 지난달 30일 제출한 증권신고서가 투자자에 중대한 요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 등에 해당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공시했다.

금감원은 이후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유상증자 추진 경위 및 의사결정 과정, 주관사의 기업실사 결과, 청약 한도 제한 배경, 공개매수 신고서와의 차이점 등에 대한 미흡한 부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에 따라 고려아연의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 신고는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돼 효력이 정지됐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 계획을 다시 추진하기 위해서는 향후 3개월 내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당장 고려아연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지난달 공개매수 경쟁을 통해 최윤범 회장 측 지분은 35.40%로 영풍·MBK 연합의 38.47%에 밀리는 상황이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촉구하면서 경영진 교체를 위한 표 대결을 압박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절차를 밟지 않자 영풍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임시 주총 허가 신청서를 낸 상태다.
통상 법원에 임시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하면 두 달 내 결과가 나온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과 영풍의 표 대결은 내달 말이나 내년 1월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
고려아연은 본래 내달 18일 발행주식의 20% 수준인 373만2650주(2조5000억원 규모)를 신규 발행해 최 회장의 우호 지분을 끌어올릴 심산이었다. 신주의 20%(전체 지분 대비 3.33%)는 우호적인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해 주총에서 경영진을 지켜낼 요량이었다.

하지만 이번 금감원의 정정신고 요구로 연내 유상증자 진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금감원이 불공정거래에 대한 지속적인 검사를 예고한 만큼 유상증자 자체가 철회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금감원은 우리사주 제외 특수관계자를 대상으로 합산 3% 청약 제한 조항을 둔 점을 이례적으로 보고 그 배경을 들여다보고 있다.
고려아연 지분 7% 정도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결정도 앞으로 경영권 분쟁의 변수로 떠올랐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활동 지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금운용 원칙 중 하나로도 공공성을 들고 있다.
금융당국이 고려아연 유상증자를 불공정거래로 판단하면서 최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국민연금이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주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른 기관·일반 투자자의 여론도 최 회장이 유상증자를 통해 기존 주식의 가치를 희석하고 경영권 방어에 이용하려 했다는 점 탓에 부정적으로 기울었다.
한편 고려아연은 현금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이날 보유 중인 ㈜한화 주식 7.25%(543만6380주)를 한화에너지에 전량 매각하기로 했다. 주식매매대금은 약 1520억원으로, 계약 체결일은 이날이며 거래 종결일은 다음달 9일이다. 아크에너지 맥킨타이어에 대여해줬던 자금 약 3900억원은 이달 중 받는다. 고려아연은 이렇게 마련한 자금을 공개매수 과정에서 발생한 차입금 상환 등에 쓸 예정이다.
코스피 시장에서 고려아연 주가는 이날 금감원의 정정신고 요구 후 하락 전환해 전날 대비 2.15% 하락한 123만원에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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