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저 자신이 원망스럽습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 제1형사부에서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40대 여성 A씨는 13일 마지막 공판에서 자신의 잘못을 되새기며 눈물을 흘렸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후 진술 기회를 얻은 A씨는 "주식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고, 깊은 우울감에 빠져서는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했다"며 "시간이 돌아간다면 아이들을 지키고 싶다"며 울먹였다.
A씨는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행복한 일상을 이어가던 치기공사였다. 그러나 주식 투자 사기 일당에게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2억 원을 사기당하면서 모든 것이 무너졌다.
검찰은 A씨의 피해 금액을 1억 3000만 원으로 추산했지만, 그는 실제 피해 금액이 2억 3000만 원을 넘어선다고 주장했다.
주식 사기로 인한 절망과 우울감에 빠진 A씨는 결국 지난 1월, 자녀들과 함께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결정을 내렸다. 그날 밤 A씨는 자신의 집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평소처럼 아들과 딸을 양쪽에 낀 채 잠들었다.
이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A씨는 그날 잠에서 깨어났지만, 아들은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딸은 다행히 의식을 찾았으나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뇌병변을 진단받아 평생 도움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그토록 사랑했던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저 자신이 원망스럽고, 아들이 너무 보고 싶습니다"라는 A씨는 “명랑했던 딸이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가 된 것에 대해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며 오열했다.
A씨는 사건 이후 딸을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딸이 아빠를 통해 엄마와 오빠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살아남은 딸의 행복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딸에게 필요한 엄마의 손길을 허락해주시길 간청드립니다"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상당한 금액의 사기를 당했더라도, 자녀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며 징역 8년을 구형했다.
A씨에 대한 선고는 오는 12월 23일로 예정되어 있으며, A씨 가정의 불행을 야기한 주식 사기 일당의 선고 공판은 18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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