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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으면 ‘한국 문학의 정수’가 된다…역대 수능 필적확인 문구 돌아보니

입력 : 2024-11-14 15:33:35 수정 : 2024-11-14 15:5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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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학년도 수능 대규모 부정행위로 이듬해 도입
응원 의미 담겨 있고 간혹 패러디 낳기도…관심 집중
올해 수능 필적확인 문구는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
14일 시행된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1교시 국어 영역 시험지에 필적확인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모의평가 등 국어영역 시험지에는 수험생이 직접 손으로 써야 하는 ‘필적확인 문구’가 있다.

 

문제지의 문구를 그대로 받아쓰게 해 본인 확인을 함으로써 대리시험 등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인데, 2004년 치러진 2005학년도 수능에서 대규모 부정행위가 발생하자 이듬해 6월 시행된 수능 모의평가에서 처음 도입됐다.

 

여러 문학 작품 등을 토대로 필적확인 문구가 선정되다 보니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험생을 응원하는 의미를 알 수 있거나, 또 의도치 않게 각종 패러디를 낳는 등 관심이 쏠리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대규모 부정행위 발생 후 2005년 6월 처음 도입된 필적확인 문구는 도입 취지를 강조하듯 윤동주의 ‘서시’에 나오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이었다.

 

2006학년도 수능 필적확인 문구는 정지용 ‘향수’의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란 하늘빛’이었고, 이듬해는 같은 시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가 제시됐다. 2008학년도는 ‘손금에 맑은 강물이 흐르고(윤동주의 ‘소년’)’, 2009학년도는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윤동주의 ‘별 헤는 밤’)’가 등장했다.

 

2010학년도는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2011학년도는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정채봉 ‘첫마음’)’, 2012학년도에는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황동규 ‘즐거운 편지’)’였다.

 

이어진 수능에서도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2013학년도)’, ‘꽃초롱 불 밝히듯 눈을 밝힐까(2014학년도)’, ‘넓음과 깊음을 가슴에 채우며(2015학년도)’ 등 문구가 제시됐는데, 감성 깊은 단어가 잇따라 등장해 수험생들을 격려하고 긴장감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도 이어져 관심을 끌었다.

 

2005년 6월1일 시행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2006학년도 수능시험 모의평가’ 필적확인 문구란에 적힌 확인 문구.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년에 있었던 수능 필적확인 문구는 나태주 시인의 ‘들길을 걸으며’에 나오는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이었다. 2022학년도 수능 국어영역 문제지에 적힌 필적확인 문구는 시인 이해인 수녀의 작품 ‘작은 노래2’의 3행인 ‘넓은 하늘로의 비상을 꿈꾸며’였고, 2023학년도 수능의 응시생 필적확인 문구는 한용운의 시 ‘나의 꿈’ 한 구절인 ‘나의 꿈은 맑은 바람이 되어서’다.

 

지난해 실시된 2024학년도 수능의 필적확인 문구는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다. 양광모 시인의 시 ‘가장 넓은 길’에 나오는 구절이다.

 

14일 치러진 2025학년도 수능의 수험생 필적확인 문구는 곽의영 시인의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다. 시 ‘하나뿐인 예쁜 딸아’에 나오는 구절이다.

 

수능이 아닌 모의평가·학력평가에서의 필적확인 문구가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한 ‘2013학년도 6월 고1·2 전국연합학력평가’ 필적확인 문구인 ‘햇빛이 선명하게 나뭇잎을 핥고 있었다’는 문구는 나뭇잎에 햇볕이 내리쬐는 모습을 ‘핥는다’고 표현한 독특함 때문인지 해당 문구를 표현한 이미지 등이 올라오는 등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 문구는 한수산의 소설 ‘유민’에서 문장을 가져와 다듬은 것이었다.

 

2014년 7월 고3 학력평가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정호승의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2017년 3월 고3 학력평가 ‘넌 머지않아 예쁜 꽃이 될 테니까’ 등은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힘과 용기를 줬던 문구로 손꼽힌다.

 

이처럼 명문장들이 활용되다 보니 필적확인 문구를 모으면 ‘한국문학의 정수’가 된다는 이야기까지도 일부에서 나오곤 한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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