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2022년 6·1 지방선거의 후보자 공천에 개입했다고 최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폭로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당시 서울 강서구청장과 경북 포항시장 후보에 특정인 공천을 요구했다. “원칙이나 철학이 아니라 사람별로 구체적으로 개입했다”는 게 이 의원 주장이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를 수사 중인 검찰 칼끝이 자신을 향하자 여권을 향해 ‘경고’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도 이 의원이 당시 공천권을 행사한 당 대표였던 만큼 그의 발언을 놓고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한동훈)계인 김종혁 최고위원도 “이 의원 폭로는 폭발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이 밀었던 강서구청장 후보는 김태우 전 구청장이다. 그는 2022년 3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받은 상황이었다. 공천을 받아 당선되더라도 중간에 직을 상실할 가능성이 커서 당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이 의원은 포항시장 선거와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이 도당 위원장(김정재 의원)이 하라는 대로 해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당시) 특정 인사가 김건희 여사랑 가깝다는 이유로 포항 바닥에서 ‘본인이 공천을 받을 것’이라고 하고 다닌다는 정보가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김 여사를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자택에서 만나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졌던 재보궐선거에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고 있던 안철수 의원을 밀었던 사실도 밝혔다. 윤 대통령이 명씨와 통화하며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언급한 음성 파일이 공개된 데 이어 이 의원 증언이 나오면서 모두 4명에 대한 공천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김 전 의원 공천개입 의혹을 부인하면서 “원리 원칙에 대해 얘기만 했지 ‘누구를 공천해 주어라’ 이런 얘기는 해본 적이 없다”고 했으나, 이 의원 설명은 이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명씨는 김 전 의원을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의 후보자로 추천한 것과 관련해 7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김 전 의원과 함께 구속됐다. 검찰은 명씨가 김 여사로부터 500만원을 받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검찰은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 명확한 사실관계를 규명해야 한다. 어영부영 넘어가려 해서는 김 여사 특검 도입 주장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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