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진짜 올까’라는 질문은 미국 주식시장에서 여전히 관심을 받고 있는 문구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등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등 뜨거운 호황이 진행 중인 가운데에서도 경기침체 우려를 자극하는 데이터들과 글로벌 투자은행(IB)의 견해 등이 속속 나오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향후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소매판매 동향도 주목을 받는데 마침 최근 미국을 대표하는 두 개 대형 소매업체인 월마트와 타깃이 엇갈린 실적을 내놨다. 월마트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발표한 3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매출이 169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1677억달러를 웃도는 실적이다. 주당 순이익도 58센트로 전문가 전망치인 53센트를 웃돌았다. 월마트는 올해 순매출 성장률 전망치도 종전의 3.75∼4.75%에서 4.8∼5.1%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 타깃은 20일 공개한 3분기 실적발표에서 동일매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 증가율 1.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타깃은 연내 실적 전망치도 하향 조정했다.
두 기업 모두 미국을 대표하는 소매업체이지만 일반적으로 월마트에 비해 타깃이 좀 더 소득이 높은 계층이 이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기에 두 기업의 엇갈린 실적이 경기침체의 전조 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좀 더 가격이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소매판매의 핵심인 중산층이 더 가격이 싼 상품을 찾아 이동하는 조짐이 보인다. 월마트는 3분기 실적 성장에 대해 “주로 소득이 높은 계층 가계의 점유율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소득이 높은 가계가 이전보다 소비를 더 신중히 하기 위해 월마트와 같은 할인매장을 많이 찾았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월마트의 존 데이비드 레이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발표 후 CNBC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이 식료품 가격 상승에 따라 매력적인 할인 구매 기회가 나올 때까지 물품 구매를 미루고 있다며 “고객들이 가격과 가치에 민감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오는 연말 연휴 시즌도 이런 경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타깃은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강화하고 할인 품목을 늘이는 공격적인 판매전략을 펼쳤지만 더 싼 상품을 판매하는 월마트의 공세에서 소비자들을 지키는 데에 실패했다. 브라이언 코넬 타깃 최고경영자(CEO)는 “거시환경에서 우리가 이해하고 감내해야 할 단기적인 역풍이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흐름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미국의 소매판매는 수치만으로는 견조한 상황이다. 앞서 발표된 미국의 10월 소매판매는 7189억 달러로 전월 대비 0.4% 증가해 시장 기대를 웃돌았다. 그러나, 고금리 장기화와 임금 증가세 둔화, 가계의 초과저축 고갈 등의 여파로 미 경제의 중추인 민간 소비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월가에서 여전한 가운데 실제 소매판매 현장의 조짐도 나타나기 시작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는 조금 더 짙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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