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안보내각 표결 찬성 10·반대 1 ‘통과’
네타냐후 “하마스 고립·이란 대응 목표”
바이든 “파괴적 분쟁 종식 전달 기쁘다”
헤즈볼라, 조직와해 직전 ‘숨 돌릴 시간’
이 내부 반발 커… 국민 80% “휴전 반대”
가자주민들 ‘이 공세 집중’ 우려에 공포
하마스도 “거래 준비돼” 휴전 의사 비쳐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볼라 간 일시 휴전안이 전격 타결됐다. 이스라엘은 이란 및 하마스와 대립에 집중하고, 헤즈볼라는 조직 와해 직전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26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안보내각은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와 휴전하는 방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0명, 반대 1명으로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방금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총리와 통화했다. 두 나라 정부가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여 파괴적 분쟁을 끝냈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다”며 휴전을 공식 확인했다.
미국이 제시한 휴전안은 27일 오전 4시부터 60일간 일시 휴전하면서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고, 헤즈볼라의 중화기를 이스라엘 국경에서 약 30㎞ 떨어진 레바논 리타니강 북쪽으로 물린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스라엘·레바논 ‘블루라인’(유엔이 설정한 양측 경계선) 국경 지대에는 레바논군 수천 명을 추가로 투입,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과 함께 무력충돌을 막도록 했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과 함께 시작된 헤즈볼라의 교전이 13개월 만에 포성이 멎게 됐다. 이스라엘군이 지난 9월 헤즈볼라를 겨눈 ‘북쪽의 화살’ 작전 개시를 선포하고 레바논 남부에서 18년 만의 지상전에 돌입한 시기부터 따지면 약 2개월 만이다.
휴전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의 필요에 의해 성립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휴전 선포 후 영상 연설을 통해 “이번 휴전은 이란의 위협에 집중하고, 우리 군을 쉬게 하고, 하마스를 고립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휴전 방침을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이·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정파들과 전방위적으로 대립해왔다. 올해 들어서는 이란과 상호공습을 이어가게 된 상황이다.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살해하고, 지상작전을 통해 상대의 전쟁 기반도 상당수 파괴한 상황이라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완전한 괴멸과 이란을 향한 강경 대응에 집중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맹공과 자금줄 차단에 조직이 와해 직전인 터라 휴전으로 숨을 돌릴 시간이 절실히 필요했다. 휴전이 성사되며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해 피란길을 떠났던 레바논 남부 주민들도 집으로 돌아가지 시작했다. 공세가 집중됐던 베이루트 남부 지역에서는 휴전을 축하하는 축포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다만,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약속한 내용이 성공적으로 이행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헤즈볼라가 빌미를 제공하면 즉각 전쟁을 재개할 것이란 점을 이스라엘이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가 합의를 위반하고 스스로 무장하려 하면 우리는 공격할 것”이라며 “국경 근처의 테러 기반 시설을 재건하려고 하면 우린 공격하겠다. 로켓을 발사하면, 터널을 파면, 로켓을 실은 트럭이 들어오면 우리는 공격할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2006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휴전 합의를 타결한 뒤 일주일도 안 돼 양측 간 유혈 충돌이 일어난 바 있다.
이스라엘 내부에 휴전에 대한 반발 기류가 강하다는 것도 문제다.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휴전이 발표되자 네타냐후 총리의 정적은 물론 지지 세력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날 이스라엘에서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지지하는 국민 중 80 이상이 휴전에 반대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도 이날 발표 뒤 휴전 기간에 대해 “상황이 어떻게 펼쳐지는지에 달려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이스라엘은 내부 반발을 의식한 듯 헤즈볼라와 휴전에 전격 합의한 뒤에도 레바논을 강도 높게 폭격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휴전 발효 몇시간 전까지 이스라엘군이 베이루트와 남부 교외 지역을 상대로 교전 이래 가장 강도 높은 공격을 벌였으며 대피 경고 발령도 가장 많았다면서 레바논 전역에서 최소 42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레바논과의 휴전 협상 타결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의 공격에 더 힘을 줄 것이라는 뜻인 탓이다. 이에 하마스도 휴전 의사를 내비쳤다. 익명을 요구한 하마스 고위 당국자는 “하마스가 휴전 합의와 포로 교환을 위한 진지한 거래를 위한 준비가 됐다고 이집트와 카타르, 튀르키예의 중재자들에게 알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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