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공세가 갈수록 태산이다. 트럼프는 비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 9개국을 향해 “브릭스가 달러패권에 도전하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미국 수출시장과 작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그는 마약유입과 불법이민을 문제 삼아 취임 첫날 멕시코·캐나다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중국에도 10% 추가관세를 물리겠다고 했다. 트럼프가 임기도 시작하기 전 동맹과 비동맹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 관세폭격에 나서는 형국이다.
세계 각국은 비상이 걸렸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관세부과 발언 나흘 만에 트럼프 당선인을 찾아가 불법 마약 단속을 약속했다. 멕시코 대통령도 전화 협의에서 불법이민 중단과 국경폐쇄에 동의했다. 트럼프는 두 정상과 “생산적 논의를 했다”면서도 관세철회 여부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유럽도 좌불안석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보복이 아니라 (트럼프와) 협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유럽연합(EU)은 농산물과 액화천연가스(LNG) 및 무기 등 미국산 구매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이 당장 트럼프의 관세 표적은 아니라고 해서 긴장을 늦출 때가 아니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은 무역의존도가 75%나 되는 우리 경제에 치명적 악재다. 당장 멕시코를 향한 고율의 관세부과가 현실화하면 미국시장을 겨냥해 멕시코에 진출한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신용평가사 S&P글로벌에 따르면 트럼프의 보편관세 공약(20%) 시행 때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이 20% 가까이 줄어든다. 전체 수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에 돌입할 경우 수출의 8%가 날아가고 성장률도 0.1∼0.4%포인트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단단한 준비가 필요하다. 대미 무역흑자 8위인 우리도 언제 트럼프의 사정권 안에 들지 모른다. 정부가 무역수지 균형을 위해 원유와 가스 등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우리 기업의 투자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설득하면서 반도체·조선·원전 등 산업·경제협력이 양국의 공통이익에 부합한다는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대미 교역의 위험 분산 차원에서 수출 품목과 시장을 서둘러 다변화하고 EU, 동남아, 일본 등과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일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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