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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저성장 들어서는 한국 경제의 위기 [더 나은 경제, SDGs]

입력 : 2024-12-02 10:00:00 수정 : 2024-12-01 2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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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제공

 

지난달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00%로 0.25%포인트 내렸다. 10월 금통위에서 0.2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2회 연속 금리를 내렸는데,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0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6회 연속 내린 뒤 15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연속 인하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호무역 기조에 기반을 둔 ‘관세 폭탄’ 정책을 연일 발표한 데다 주식시장 낙폭이 커지고, 11월 국내 소비심리지수(CCSI)를 구성하는 향후경기전망이 2022년 7월 이후 가장 큰 전월 대비 7포인트나 빠지는 등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더 큰 충격을 받기 전에 경기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당시 “금통위원 절반이 3개월 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며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열어뒀다.

 

또 한은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8월 발표한 2.1% 대비 0.2% 내린 1.9%로 하향 조정했다. 이뿐 아니라 2025년과 2026년 전망치도 1.8%로 예상하며, 한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장기 저성장 문턱에 들어섰음을 알렸다.

 

한은은 더불어 “(반도체 등) 주력업종에서 주요국과의 경쟁 심화, 보호무역 기조 강화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낮아질 것”이라며, 내년 유가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 유류세 인하율 축소 조치 등에도 환율 상승, 공공요금의 인상 압력 등이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경제가 연 2% 미만으로 성장한 것은 1998년 외환위기를 포함해 6차례뿐이었다. 그 여파로 산업을 비롯해 가계 경제가 받을 충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당장의 상황도 암울하다. 지난달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전(全)산업생산지수(계절 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3.0(2020=100)으로 전월 대비 0.3% 감소했고, 산업활동을 구성하는 생산·소비·투자도 일제히 줄어들었다. 지난 5월 후 5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를 나타냈다.

 

산업 전반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셈인데, 고용지표 역시 주춤하고 있다. 지난달 만 15세 이상 취업자는 2884만7000명으로 작년 동월 대비 8만3000명 증가했는데,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을 밑돈 것은 6월(9만6000명) 후 4개월 만이다.

 

실물 경제의 위기는 더 심각하다. 지난달 22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개인과 법인 사업자는 98만6487명으로 전년 대비 11만9195명 증가했다. 폐업률은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후 가장 높았다.

 

지난달 28일 중소기업중앙회는 ‘12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을 발표했는데, 업황전망지수는 기준치 100에 못 미친 72.6으로 전월보다 4.5포인트 낮아졌다. 11월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세이며, 하락폭도 지난 11월 1.3포인트에서 훨씬 커졌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S&P글로벌은 지난달 30일 “트럼프 당선인이 최근 발표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와 함께 유럽과 영국에서 수입되는 소형차(중량 7500㎏ 이하 승객·화물용)에 20%를 관세를 매기면 유럽과 미국 자동차업체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최대 17%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처럼 ‘보편관세’ 정책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정부 2기에서는 한국 자동차에도 관세 20%가 부과될 수 있고, 한국 완성차 회사의 EBITDA는 최대 19% 감소할 수 있다고도 예상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설 예정이 아니라고 해도 현재 전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은 침체일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중동 전쟁과 더불어 코로나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과 유럽의 경제상황도 대외 변수에 민감한 한국 경제에 먹구름을 들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연일 양보 없는 우리 정치권의 극한 대립은 경제 전망뿐 아니라 국민의 삶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제위기 앞에서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자명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야·정이 거친 설전 대신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금융감독원 옴부즈만,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협력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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