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지인들이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고서야 알았어요. 한파나 폭설 등 날씨 관련 문자도 오는데…. 이게 국가 비상사태가 아니면 대체 뭐가 재난인 건가요?”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령을 선포해 전국이 큰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계엄령 선포 관련 내용이 담긴 긴급재난 안전문자를 한 건도 보내지 않아 아침이 돼서야 소식을 전해 들은 시민들이 적잖다. 행안부는 계엄령 선포가 재난문자 발송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25분쯤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열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려 한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80년 전두환 정권 당시 5·18 민주화운동 이후 44년 만의 계엄령 선포였다. 이후 국회엔 무장한 경찰과 공수부대가 출동하고, 각 지자체의 시청과 도청이 잇따라 폐쇄되는 등 큰 혼란을 겪었다. 도심에 헬기와 장갑차가 이동하는 등 긴장 상황도 이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등을 중심으로 합성된 ‘통행금지’ 사진 등 확인되지 않은 소식도 빠르게 퍼졌다.
상당수 시민은 재난 문자가 아닌 뉴스나 지인을 통해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김시영(32)씨는 “아침에 핸드폰에 쌓인 친구와 가족들 연락을 보고 너무 놀랐다. 처음엔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며 “평소에는 아침 밤 가리지 않고 재난문자가 시끄럽게 울리더니 정작 오늘같이 시급한 상황에는 왜 조용한지, 그 기준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계엄령과 관련한 주무부처로 대응하면서 긴급재난문자를 보내지 않았다. 4일 오전 1시쯤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가결됐을 때도 재난문자를 발송하지 않았다. 다만 충청남도교육청 등은 안전재난문자를 통해 “오늘(4일) 학교는 정상 등교하여 모든 학사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한다”고 안내했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 관계자는 4일 세계일보에 “실무 부서에서 재난문자 발송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 현재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물론 민방위 사태 등 예외도 있지만 주로 재난 상황 위주로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에 따르면 행안부는 ▲기상특보 관련 자연재난 상황정보 ▲대규모 사회재난 상황정보 ▲국가비상사태 관련 상황정보 ▲훈련을 포함한 민방공 경보 등의 상황에 재난문자를 발송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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