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돼도 정지 법적 근거 없어”
“헌법 적극적 해석… 사고로 봐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9일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출국 금지에 나서면서 윤 대통령을 향한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체포 혹은 구속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이를 둘러싼 직무정지 관련 규정의 해석을 두고 법조계 내 의견이 분분하다.
헌법 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대통령의 ‘궐위’ 또는 ‘사고’의 범위가 모호해 체포와 구속이 이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갈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일각에서 대통령이 구속되면 단체장들처럼 직무정지가 자동으로 되기 때문에 탄핵 말고도 직무정지 방법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궐위나 사고는 대통령이 공석 상태가 되는 것을 뜻한다”면서 “대통령 구속 자체도 힘든 상황인 데다, 구속을 장기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구속 자체로만 대통령 권한대행을 임명할 일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 역시 “구속은 사고나 궐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구속돼도 직무를 정지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2015년 임각수 당시 괴산군수는 구속됐지만 기소가 이뤄지지 않아 옥중에서 직접 업무 지시 등 결재를 한 바 있다.
다만 헌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승대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내란 혐의를 받고 있는 대통령은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며 “이런 경우도 사고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헌정 혼란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고를 꼭 특정 사안으로만 한정해서 소극적으로 해석할 합리성이 부족하다”며 “지금은 헌정 중단을 막기 위해서 사고를 좀 더 적극적으로(폭넓게) 해석해 국무총리 직무대행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사태를 깔끔히 해결하는 방법은 하야뿐이라는 견해도 있다. 정태호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헌법에 구멍이 있다. 사고의 정의가 모호하다”며 “이 논쟁을 깔끔하게 해결하려면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하거나 탄핵소추를 통해 직무를 정지시키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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