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에서 주택 거래가 줄어들면서, 지난달 은행에서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특히, 은행에서 대출 받기가 어려워지자 사람들이 저축은행, 신협 등 제2금융권서 더 많은 대출을 받게 됐다.
1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이날 기준 2590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가장 부동산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 7월 7823건이 거래된 것에 비교하면 3분의 1 넘게 쪼그라든 셈이다.
이날 한국은행(한은)의 발표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으로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41조4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조9000억원 늘었다.
은행의 가계대출은 올해 3월에 줄어든 뒤 4월에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지만, 증가 폭은 8월에 정점에 이른 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
11월의 증가액은 1조9000억원으로, 올해 가장 적은 수치이다.
대출 종류를 보면, 주택담보대출은 901조8000억원으로 1조5000억원이 늘었고,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은 4000억원 증가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달 5조1000억원 늘었지만, 10월보다는 증가 폭이 줄어들었다. 특히, 2금융권의 대출이 3조2000억원 증가하면서 은행보다 더 많이 늘었는데 이는 2021년 7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전체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은 4조1000억원 늘었고, 신용대출은 1조1000억원 증가했다. 한은의 박민철 차장은 가계대출 증가가 줄어든 이유를 “주택 거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주택 거래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업 대출도 줄어들었는데, 11월에 2조2000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10월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많이 줄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이 각각 2000억원, 2조원 증가했다.
박 차장은 기업 대출 증가세 둔화와 관련해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대기업 자금 수요가 줄고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이뤄진 데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상 대출 영업 축소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예금은 지난달 18조9000억원 늘었고, 주로 정기예금이 증가했다. 단기 금리가 낮아져서 머니마켓펀드와 채권형 펀드에도 돈이 많이 들어갔다.
머니 마켓 펀드는 국가, 공기업, 사기업등이 발행하는 채권인 공사채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투자 신탁의 일종이다. 투자신탁이란 투자자로부터 위탁회사 자금을 신탁받아 유가증권에 투자하여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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