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사태와 탄핵정국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졌는데도 더불어민주당의 반기업·반시장 입법폭주는 멈출 기미가 없다. 가뜩이나 저성장 쇼크·내수한파·금융불안 등 악재가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마당에 거대 야당의 입법독주까지 경제난을 부채질하고 있으니 걱정이 크다.
발등의 불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과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농업 4법’이다. 5개 법안은 오는 21일까지 대통령의 거부권이 없으면 시행에 들어간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국회 표결에서 탄핵되면 거부권 행사는 불가능하다. 증언·감정법 개정안은 국회 요구 자료가 영업비밀·개인정보라도 제출을 거부할 수 없고, 국정감사뿐 아니라 각종 청문회에도 증인 출석을 의무화하고 있다. 개인 기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 기업인들을 마구잡이로 증언대에 세우는 구태도 더 심해질 게 뻔하다. 양곡법개정안은 남는 쌀을 정부가 사들여 가격을 떠받치는 게 핵심이다. 21대 국회에서 강행 처리됐다가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는데 민주당이 같은 법을 다시 밀어붙인 것이다. 쌀 공급 과잉현상이 심화하고 작물 다양화 등 농업 선진화에도 역행해 ‘농망(농업 망치는)법’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도 모자라 민주당은 지난 6일 경제계가 반대하는 상법개정안도 발의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출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재계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소송이 남발하고 해외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에 시달릴 수 있다며 좌불안석이다. 반도체·전력망 특별법, 인공지능(AI) 기본법 같은 화급한 경제·민생법안은 뒷전으로 밀렸다. 민주당이 연내 통과를 약속하고도 탄핵정국을 맞아 태도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기업을 옥죄고 경제활력을 떨어뜨리는 법안을 이리 쏟아내고도 집권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대표는 틈날 때마다 ‘먹사니즘(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강조하고 얼마 전 여·야·정 비상경제점검회의도 제안했지만,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이 대표가 지난 3일 계엄선포 이후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과 잇따라 인터뷰를 하는 것도 미심쩍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차기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면 국내 유권자의 표심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섣부른 대권행보가 위기상황의 경제를 더 멍들게 하는 포퓰리즘 법안 남발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지금이 그럴 때인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