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생산과 소비, 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에 위험신호가 가득한 상황에서 그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충격까지 덮쳤다. 당장 내수한파가 더 혹독해져 성장률 저하로 이어지고 금융·외환 불안도 가중될 수 있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결 때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정부의 출범과 중국의 경기둔화 등 대외악재가 많아 그 파장이 크고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가 예고한 관세 폭탄이 수출에 치명적 악재로 작용해 우리 경제가 장기불황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한국은행도 과거 탄핵사태가 경제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지만 지금은 통상환경과 글로벌 경쟁 등의 측면에서 불리한 만큼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라고 했다.
이제 정부와 정치권이 탄핵 충격 최소화와 금융·경제안정을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정부는 어제 긴급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재정 조기집행과 통상불확실성 대응 등을 논의했다. 가용한 재정·통화·금융정책 수단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정책 현안에 여야가 조속히 합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경제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추경을 신속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성장동력을 키우는 산업정책과 통상외교전략을 전방위로 뒷받침하겠다”고도 했다. 말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발등의 불은 대외신인도 하락을 막는 일이다. 3대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가진 화상회의에서 탄핵 정국에도 한국의 신용등급이 안정적이라고 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무디스가 수개월간 진행된 프랑스의 정치분열을 이유로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지 않았나. 우리도 정국 혼란이 장기화하면 신인도 위기가 덮칠 수 있다. 여·야·정이 협의체를 가동해 정치적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게 급선무다. 환율 불안 차단도 빼놓을 수 없다. 급격한 외화유출로 외환보유액 4000억달러선이 무너질 경우 신용등급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정부는 금융회사의 외환 수급을 면밀히 점검하고 통화스와프 확대 등 환율 방어의 둑을 높이 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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