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으나 여당인 국민의힘의 자중지란은 오히려 더 심화하는 모습이다.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를 포함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전원이 사퇴한 가운데 당내에서 “한동훈 대표도 물러나라”는 요구가 나오자 한 대표는 “저는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당헌·당규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출범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비대위원장 지명권을 놓고 한 대표와 친윤(친윤석열)계 권성동 원내대표가 충돌하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이 사실상 궤멸 위기에 처했는데도 핵심 당직자들은 당권 경쟁에나 몰두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 ‘1호 당원’ 윤 대통령이 국회 탄핵소추로 임기를 못 채울 지경이 된 것은 1차로 본인의 잘못 때문이지만 한 대표의 책임도 무겁다.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은 물론 그 뒤에도 윤 대통령과 만날 기회를 몇 차례 가졌다. 하지만 한 번도 윤 대통령 설득에 성공하지 못했다. 회동 후 윤 대통령 발언을 소개하며 비판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윤 대통령 거취를 놓고 처음에는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외치더니 나중에는 “탄핵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을 바꾸는 등 오락가락했다. 그제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의원들 항의가 빗발치자 “제가 계엄을 했습니까”, “제가 (탄핵) 투표를 했나요”라고 반문한 한 대표의 태도는 무책임의 극치라 하겠다. 비대위가 조속히 들어서 당을 정비할 수 있도록 한 대표는 이른 시일 안에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염두에 두고 내년 상반기 중으로 예상되는 차기 대통령 선거 준비에 착수했다. 조기 대선 국면에 돌입하면 온갖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유리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자해에 가까운 상호 내부 총질을 그만두고 헌정 위기 수습에 앞장서는 자세부터 보이길 바란다. 이대로 민주당에 정권을 헌납할 작정이 아니라면 뼈를 깎는 자성과 쇄신을 통해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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